[취재파일] 고등학교 때 버릇이 평생 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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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왜 이렇게 힘든가'입니다. 연구 결과 특정 행동을 반복하고, 그 행동에 보상을 받았을 때, 뇌에 습관 기억(habit memory)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지속하고,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으면, 즉 그 행동이 본인에게 더 이익이 된다고 느끼게 되면, 뇌의 습관 기억 시스템이 그 맥락과 행동을 연결시켜서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자동적으로 그렇게 반응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게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는 것이나 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는 것, 일상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언제 먹을지, 외출 시 걸을 것인지, 차를 탈 것인지 등과 같은 결정도 사실은 이성적인 선택에 의한 결정이 아닌 습관에 의해 이뤄지는 행동들입니다. Q. 책에 보면 '습관'과 관련해 '바꿔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의지의 영역과 실제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지시키는 '지속성'의 영역은 뇌의 다른 영역이 자극되는 것이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습관은 보통 우리가 뭔가를 결정하는 동기나 욕망, 의지의 영역과는 다른 영역에서 형성됩니다. 우리는 뇌가 통합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간헐적으로(in fits and starts) 형성돼 왔습니다. 습관과 관련 있는 뇌의 부분도 뇌의 신경 시스템 내에 연결돼 있긴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으로 사고하는 목적지향적인 의지의 영역과는 다른 부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습관은 보통 개나 고래 같은 포유동물이 뭔가를 배우는 방식이기도 하거든요. 습관은 의식적인 사고가 동반된 노력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 도표 인용: David Neal, Jelena Vujcic,, Orlando Hernandez, Wendy Wood, < The Science of Habit- CREATING DISRUPTIVE AND STICKY BEHAVIOR CHANGE IN HANDWASHING BEHAVIOR>, October 2015, Catalyst Behavioral Science-USAID 그래서 저희가 집단지성을 가지고 좋은 전략을 찾아내고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고 해도 단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습관은 반복과 훈련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지 '해낼 거야' 하는 의지만으로, 혹은 '그렇대'하는 인식의 변화만으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어쩌다 한 번의 행동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변화는 의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Q. 그럼 '나는 왜 이렇게 의지력이 약할까?'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요? 네, 습관을 바꾸는데 스트레스는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습관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참아가며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어쩌다 한, 두 번은 의지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습관 기억으로 새겨지지 않으면 이전의 습관 기억이 훨씬 더 강력해서 쉽사리 변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습관 기억은 평생도 가니까요. 그러기 때문에 변화는 단지 '난 해낼 거야' 혹은 '나 그거 더 이상 안 할 거야'라는 의지만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Q. 그렇다면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할 때, 뇌의 신경 시스템이 새로운 상황에 대한 맥락과 습관을 연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연결될 때 크게 인지하지 않고도 바뀐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습관을 바꾸려면, 행동이 바뀔 수 있게 특정 맥락에서 보이는 신호(cue)가 달라져야 합니다. 상황이 바뀔 수 있게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금연 정책'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요. 한 세기 전, 미국에서는 50%의 국민이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러다 흡연이 폐암을 유발하고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알려졌다는 것만으로는 담배를 끊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지식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부가 상점에 담배를 진열해 놓지 못하게 하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담배 광고도 금했고요. 그러한 대책들이 모두 흡연에 대한 큐를 바꾸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흡연을 훨씬 더 힘들게 하는 거죠. 학계에서는 그것을 '마찰 늘리기(adding friction)'라고 부르는데요. 세금을 더 물려 담배를 사는 것 자체도 더 부담스럽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흡연인구가 15%까지 낮아졌습니다. Q. 습관이 바뀌려면 상황을 바꾸라는 것 외에 보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보상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네, 제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난 담배를 피우지 않고 운동도 하겠어'라고 했을 때 그렇게 한 것에 대한 보상이 건강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정도라면 그 정도로는 내가 습관을 바꾸고 싶을 정도의 충분한 동기가 되지 않겠죠. 너무 먼 보상인 거예요. 새로운 습관이 되려면 보상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하면, 주말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 정도의 보상으로도 운동이 습관이 되는데 충분하지 못합니다. 운동을 하는 바로 그 당시,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찌 됐든 즉각적으로 이로움이 더해지는 방식이어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도 그것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래서 운동을 할 때 좋아하는 TV 드라마를 본다든지 평소에 듣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던 팟캐스트를 들으며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에게는 TV 드라마나 팟캐스트를 보고 듣는 것이 이 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즉각적인 큰 즐거움이 되기 때문에,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보상이 돼서 새로운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숙제를 안 하려는 아이의 경우라면 어떻게 하면 그 과목을 아이가 좋아하게 할 것인지, 혹은 숙제를 하는 것을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로 느끼게 할 것인지가 중요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다른 때는 허락하지 않는 특정 음악을 숙제를 하면서는 듣게 해 준다든지, 숙제를 할 때는 평소에 잘 허락하지 않는 아빠나 엄마의 책상에 앉아서 할 수 있게 해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바로 숙제를 하는 그 시점에, 즐거움을 더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효과적입니다. '숙제 다하면 용돈을 주겠다' 같은 방법은 그래서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보상이 그 순간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Q. '해빗' 책에서 교수님은 너무 많은 국가와 정부 기관들이 사회적 이슈를 개인의 근면과 의지에 기대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계신데요. 공공으로 이러한 논의를 확장시켜 '좋은 습관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the good habits)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언급한 '금연정책'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고요. 사회에 보다 이로운 선택을 하게 하기 위한 방식 중에 '넛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넛지의 좋은 예로, 장기 기증 사례를 들 수 있는데, 장기 기증 선택의 방식을 옵트 아웃(opt-out) 방식, 즉 기증하지 않으려면 가서 '기증하지 않겠다'라고 적극적으로 말해야만 기증을 거부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짤 것인지, 반대로 옵트 인(opt-in) 방식, 기증자가 가서 '장기를 기증하겠다'라고 적극적으로 말한 경우에만 기증을 받을 것인지에 따라 장기 기능의 건 수는 현저하게 달라집니다. 특히 장기 기증에 크게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보통은 대다수가 하는 방식을 따를 확률이 높다는 면에서 선택의 조건을 어떤 식으로 짜는지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이슈라고 생각했던 많은 문제도 사실은 어떤 제도적 정비와 사회적 합의로 이뤄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넛지’는 주위의 작은 상황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책을 살 때 그 책의 색이나 디자인에 넛지가 되어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 대학 리처드 타일러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2008년 처음 제시한 용어입니다. ‘넛지’와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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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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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0 |
생활 ·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