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습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자료화면)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항공 허브'로 부상하려던 걸프 지역 공항들의 꿈이 이란 전쟁에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비행기로 4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입지가 유리했지만 바로 그 위치 때문에 이란과 역내 친이란 무장 세력의 사정권에 들어 공격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쟁 감시단체 ACLED에 따르면 오만을 제외한 모든 걸프 국가의 공항이 이번 전쟁 기간 공격 표적이 됐습니다.
발사체가 공항이나 그 인근에 떨어진 사례가 최소 28건에 이릅니다.
일부 공항에서는 올해 항공 교통량이 3분의 1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공세에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최소 20발의 발사체를 명중시키는 등 공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란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에 나서면 걸프 지역의 경제·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공항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에서는 전쟁 초기 이란 드론이 연료 저장탱크에 충돌해 폭발했습니다.
주기 중이던 항공기 여러 대도 피해를 봤습니다.
두바이를 거점으로 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은 이날 2026∼2027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실적 보고서에서 수송 여객이 2천180만 명으로 22% 감소했고, 여객 탑승률도 79.5%에서 72.0%로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항공사들의 복귀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버진애틀랜틱은 안전성 평가와 수요를 고려해 두바이 노선을 2027년 말 재개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지난 2월 운항을 중단한 유나이티드항공은 내년 3월 복귀하겠다고 했고 루프트한자그룹은 당초 10월로 계획했던 운항 재개를 최소 11월 말 이후로 미뤘습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걸프 지역의 겨울 관광 성수기도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출장 수요를 뒷받침하는 각종 국제회의, 전시회 역시 내년으로 연기되고 있습니다.
버진애틀랜틱의 기업보안 책임자를 지낸 앤디 블랙웰 분석가는 "드론이 날아들고 비행장이 공격받는다는 소식이 매일 전해지는 상황에서는 운항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항과 항공사가 단순히 항공운수업이 아니라 걸프 국가들의 경제 다각화 전략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점입니다.
UAE와 사우디, 카타르 등은 항공망을 통해 관광객과 기업, 자금과 물류를 끌어들여 관광·엔터테인먼트·기술·금융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미래 비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간 중동 분쟁에서 비켜선 부유하고 현대적인 안전지대라는 이미지가 이런 전략을 뒷받침했습니다.
전쟁이 종결되지 않은 탓에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사우디가 추진하는 리야드 킹살만 국제공항 사업의 경우 지연될 것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습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일부 공사가 중단됐고 기존 킹칼리드 국제공항의 일부 터미널은 복구에 수개월이 필요할 정도로 파손됐기 때문입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연료 저장탱크 주변에 보호용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드론 공격에 대비한 보강 작업을 했습니다.
UAE는 일부 핵심 기반 시설을 지하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사일과 드론의 대규모 동시 공격까지 완벽히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WSJ은 걸프 국가들이 막대한 재정 여력과 세계적 수준의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투자의 수익 회수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장기적으론 이번 공격에 세계적 교통 허브라는 이미지까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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