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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0분만에 코인 8.4조원 싹쓸이…북한 천리마 속도전에 당했나

단 20분만에 코인 8.4조원 싹쓸이…북한 천리마 속도전에 당했나
▲ 바이낸스 로고

북한 연계 추정 해커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3억 달러를 해킹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에 불과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분석기관 TRM랩스·체이널리시스 등에 따르면 이들은 자동화 시스템을 동원해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격자들은 바이낸스의 개발·운영 엔지니어의 노트북을 먼저 해킹해 일반적인 승인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서명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이어 이 권한을 이용해 미 동부시간 29일 오후 4시 5분(한국시간 30일 오전 5시5분)쯤부터 바이낸스의 블록체인 지갑 10곳에서 리플(XRP)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4시 5분∼9분 사이 2억 3천346만 XRP를 자신들의 계정으로 송금했고 이어 4시 10분쯤에는 '솔라나'와 '옵티미즘' 지갑을 낚아챘습니다.

4시 20분에는 비트코인 1만 8천270개를 쓸어 담았고, 곧이어 2분 뒤에는 6억 1천270만 테더(USDT)를 무단 인출했습니다.

해커들이 이처럼 알고리즘까지 동원해 가상화폐를 탈취한 것은 추적망을 교란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가상화폐 자금 동결 조치를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이들은 자금 동결이 우려되는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등을 탈취한 직후 약 3억 2천500만 달러 상당을 이더리움 12만 2천300개로 기습 교환했습니다.

당시 이더리움 1개의 시장 가격은 2천300∼2천350달러였지만 해커들은 개당 2천650달러를 주고 교환했는데, 이는 시급히 스테이블코인을 처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또 6천만 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이더리움 1만 9천760개를 대출해 가기도 했습니다.

자금 동결 기능이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통제가 어려운 탈중앙화 코인이므로 기술적으로 동결 조치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노린 수법인 셈입니다.

약 10분 후 이들은 나머지 1억 7천500만 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도 범행 계좌로 이체하려 했으나 가상자산 업계는 이보다 빠른 오후 5시 14분에 동결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사건 직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테더·서클은 각각 15억 7천만 달러와 8억 달러 상당을 동결했고, 트럼프가(家) 구성원들이 공동 설립자로 있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도 2천700만 달러(360억 원)를 동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해커들이 이미 상당량을 동결이 불가능한 자산으로 바꿔치기한 뒤였습니다.

해커들은 이와 같은 '속도전' 속에서도 탈취된 자금을 빼돌리는 데 조심성과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특정 지갑으로 자금을 보낼 때 먼저 소액을 입금해 지갑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자금을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여러 지갑 사이에서 자금을 반복적으로 주고받으며 돌리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 추적망을 교란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난 달 발생한 비트겟 해킹 자금과 이번 바이낸스 탈취 자금이 서로 뒤섞이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자신들이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로 불리는 북한 정예 해킹조직이라는 증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천문학적인 해킹 피해에도 바이낸스는 이용자들의 피해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처드 텅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고객 자금은 절대 사용하지 않으므로 영향이 없다"고 공지했습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자오창펑자오 창업자도 "주주로서 모든 사용자 자금이 전액 보상될 것으로 본다"며 "이용자 자금은 안전하다"고 고객을 안심시켰습니다.

바이낸스는 비상 기금인 이용자자산보호기금(SAFU) 10억 달러와 회사가 보유한 자금 63억 4천만 달러, 자오 창업자가 보유한 스페이스X 주식 10억 달러 등을 총동원해 피해를 메울 방침입니다.

바이낸스는 이번 사건으로 일시 중단한 가상화폐 출금 서비스를 약 34시간 내에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USSS)도 사건 발생 직후 바이낸스 등과 공조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영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은 이번 사건이 단일 사건으로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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