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총선에서 야권이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을 축출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현지시간 28일 보도했습니다.
이날 개표율 86%를 기준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이끄는 여권 연합이 의회(크네세트) 120석 중 53석을 차지했고, 가디 아이젠코트 전 총참모장이 이끄는 야샤르당 중심의 유대계 야당 진영은 48석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19석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아랍계의 높은 투표율에 힘입어 2개 아랍계 정당이 차지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대계 야권이 이들과 연대한다면 67석을 확보해 과반(61석)을 차지할 수 있지만 주요 시온주의 정당 지도자들이 이를 일축하면서 정권 교체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합니다.
여권 연합 역시 지난 2022년 선거에 비해 10석가량 잃으며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양측 모두 자력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어려운 안갯속 정국이 전망됩니다.
일각에선 야권 내 우파 성향 인사인 나프탈리 베넷 전 총리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국방장관 등이 네타냐후 진영으로 이탈해 과반 확보를 도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반면 야권 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이끄는 야이르 골란은 "두려움과 인종차별을 멈추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아랍계 정당과의 연대를 촉구했으나 야권 내부의 분열로 단일 대오를 갖추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FT는 이런 결과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할 역사적 기회를 기대하며 투표소로 향했던, 오랫동안 그를 반대했던 이들에게 참담한 타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결과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안보 참사로 꼽히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침공 이후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야권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시라 에프론 연구원은 FT에 "야당은 이번에 승리할 수 있는 최고의 여건과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네타냐후 정권의 안보 실패에 대한 대중의 분노뿐만 아니라 투표를 위해 귀국한 수만 명의 재외국민, 결집한 표심 등 야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는데도 이를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고 해설했습니다.
야권 내부에서는 야권 지도부가 네타냐후 총리에 맞설 단일 대권 주자를 세우지 못하고 그저 "네타냐후는 안 된다"는 식의 산만한 메시지에만 의존한 탓에 패했다는 자성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오는 데 실패한 채 명확한 국정 비전 없이 정권 비판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인구통계학적 구조 변화 역시 야권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2009년 네타냐후의 선거 캠페인을 지휘했던 정치 전략가 로니 리몬은 최근 몇십 년간 초정통파 유대인과 종교적 시온주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우파의 전반적인 지지 기반이 세속·자유주의 진영보다 두꺼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완벽히 승리하진 못했으나 최악의 실각 위기를 넘기면서 최종 개표와 다음 주 대통령과의 연정 협의를 앞두고 이스라엘 정국의 불확실성은 한층 가중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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