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진에서 출발해 드로잉,설치, 영상 등으로 작업을 확장해온 현대미술작가 로저 발렌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60년 간 그의 작품 속에서 사진과 드로잉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경희 기자입니다.
<기자>
[로저 발렌 개인전 'Roger Ballen.The Works:Drawing meets Photography' / 내년 2월 21일까지 / 뮤지엄한미 삼청]
드로잉과 회화, 조각을 모두 담은 이 작품에서 작가 로저 발렌은 사진 속 '순간'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로저 발렌/현대 미술 작가 : 찰나에 펼쳐지는 여러 요소 사이의 관계입니다. 지금 여기서 보고 계신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진을 통해 다른 형식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또 사진은 대개 순간을 포착하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60년 간 사진을 중심에 두고 드로잉, 조각 등과 접목해 왔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했고, 이후 지질학자로 남아공에서 근무했습니다.
[로저 발렌/현대 미술 작가 : 여기 보시는 모든 것은 제가 독학한 겁니다. 사진이나 미술을 공부한 적은 없어요. 모든 걸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눈앞의 현실을 포착한 10대 시절의 사진부터, 프레임 안에 선과 형태를 구성하고, 드로잉과 조각, 동물과 사회적 약자 등을 등장시켜 서로의 관계를 표현해 온 연작들을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소외계층과 주변부를 탐구해 인간의 무의식과 광기를 담았지만, 작품의 의미를 찾는 건 관람객의 몫이라고 강조합니다.
[로저 발렌/현대 미술 작가 : 저는 제 작품을 정의할 수 없습니다. 수수께끼 같고, 신비롭고, 심리적인 작품이라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만약 작품의 의미를 말로 설명할 수 있다면, 제게는 좋은 사진이 아닙니다.]
[최봉림/뮤지엄한미 부관장 : 모든 게 제가 보기에는 퓨전인데, 그 결과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데믹한 미술의 규범으로 질서 정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봅니다. (로저 발렌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해라, 그러면 'confusion(혼돈)'이다.]
치밀하게 구성된 프레임 속에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를 포착한 그의 작품은, 그래서 인생의 한순간과 맞닿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VJ : 오세관, 디자인 : 최하늘)
드로잉이 사진을 만나면…로저 발렌의 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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