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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조사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인 절멸 범죄"…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인권침해도 지적

유엔 조사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인 절멸 범죄"…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인권침해도 지적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말살하기 위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유엔 독립 국제조사위원회는 현지시간 어제(26일) 이스라엘 총선을 하루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당국과 군은 서안에서 절멸·고문·강간 및 기타 형태의 성폭력 등 인도에 반한 죄를 저질렀고, 국적·인종·민족성 등 중첩된 차별적 근거에 기반한 박해도 자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절멸(extermination)은 국제법상 인도에 반한 죄의 한 유형으로, 민간인 집단에 대한 대규모 살해나 집단 일부의 파괴를 초래하도록 의도된 생활 조건을 부과하는 행위 등을 포함합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조사위는 이스라엘이 군사작전과 유대인 정착민들의 지속적인 폭력을 통해 서안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을 벌였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당국이 지난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서안 민간인들에게 '집단적 처벌'을 가하려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사위는 "서안의 여러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높은 수준의 조율과 조직적인 계획을 보여준다"며 "이는 국가 정책의 산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스라엘 당국은 정착민들의 폭력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의 일부가 되도록 의도했고,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사위는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심각하게 다치게 하거나 살해할 의도를 갖고 행동한 사례들도 확인했다며, 이러한 행위가 고의적 살해를 포함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인도 출신 스리니바산 무랄리다르 조사위원장은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고의로 살해하고 다치게 하며 주택을 파괴하면서 지속적으로 책임을 부인하는 이스라엘의 행위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절멸시키고 강제 이주시키려는 더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서안에서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해 팔레스타인인들이 더는 살아갈 수 없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을 강제 이주시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이스라엘의 존립에 대한 위협과 동일시하려는 시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을 실현하려는 모든 실현 가능한 시도를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로, 현재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이 급증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의 '집단학살'(genocide)이 이어지고 있다고 조사위는 지적했습니다.

조사위는 앞서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가자지구에서 7만 4천20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유엔은 가자지구 보건부가 발표하는 사망자 통계를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사위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조사한 사례들은 이스라엘 당국과 군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집단학살 행위를 계속 저지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조사위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의 집단학살을 중단하고, 집단학살과 이를 선동하는 행위를 예방하고 처벌할 국제법적 의무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정착민과 정착촌을 철수시키고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불법 점령'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한편 조사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인권침해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조사위는 "팔레스타인 당국이 반대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구성원들을 표적으로 삼아 왔으며, 지금도 이들을 겨냥하는 동시에 시민사회와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신뢰성과 정당성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살인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공정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보고서가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제출된 자리에서 "각국 정부는 성명 발표에 그치지 말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번 보고서를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훼손하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테러리즘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을 가진, 현실과 동떨어진 선전 문서"라고 비난하며 조사위의 지적을 일축했습니다.

유엔 독립 국제조사위원회는 2021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설립한 3인 조사기구로, 유엔의 위임에 따라 활동하지만 조사 결과가 유엔 전체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11월까지 조사위원장을 맡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나비 필라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달 초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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