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호주의 한 소도시에서 현직 국회의원을 향한 충격적인 차량 공격이 벌어졌습니다. 중태에 빠졌던 해당 의원은 양쪽 다리를 모두 잃게 됐는데요. 용의자는 해당 의원의 지지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비디오머그, 심영구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호주 멜버른에서 북동쪽으로 200km 남짓 떨어진 인구 3만 명 규모의 소도시 왕가라타.
현지 시간 10월 19일 오후 3시 반쯤, 헤인스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차 트렁크의 짐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흰색 SUV가 다가왔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차량은 유턴한 뒤 의원을 들이받았고, 후진해 다시 충돌했습니다.
[라키 제퍼리스/목격자 (동네 이발사) : 브레이크 소리도 없이 큰 충돌음이 들렸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무슨 일인지 보려고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러자 제가 잘 아는, 적어도 대부분은 아는 왕가라타 주민들이 이미 현장에서 사람들을 돕고 있더라고요.]
경찰은 현장에서 43세 브렌든 너겟을 체포했습니다.
용의자에게는 위험운전으로 중상해를 입힌 혐의, 고의로 중상해를 입힌 혐의, 연방 공무원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연방 공무원 상해 혐의는 최고 징역 10년까지 가능합니다.
의원은 멜버른의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용의자 너겟은 과거 지역의 산림 벌목 반대 환경단체에서 활동했고 SNS에서는 헤인스 의원과 서로 팔로우하고 있었습니다.
현지 언론은 그가 과거 헤인스 의원의 기후변화 대응을 칭찬했던 게시물을 확인했고 그는 2019년 헤인스 의원이 연방의회에 진출할 때 지지 글도 남겼습니다.
용의자 가족은 헤인스 의원이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라며 이번 사건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의도적인 공격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밝히지 못했습니다.
호주는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원들이 거리에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구 사무실에서 직접 민원 듣는 일이 일상적인 정치 활동이었는데 이런 만남, 점점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호주연방경찰에 접수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관련 시설에 대한 위협과 괴롭힘 등의 신고는 최근 4년 사이 거의 2배가 됐습니다.
2025년 호주 의회 조사에서는 의원과 보좌진의 85%가 유권자의 폭력적이거나 모욕적인 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절반 정도는 이런 일을 한 달에 여러 차례 겪는다고 답했습니다.
헤인스 의원이 공격당한 바로 다음 날, 또 다른 여성 정치인을 향해서도 섬뜩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타냐 플리버섹 사회서비스부 장관이 재키 램비 상원의원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리자 램비 의원도 SUV에 치여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달린 겁니다.
플리버섹 장관은 자신도 오랜 기간 살해와 성폭력 위협에 시달려왔다며 이제는 행사 일정을 온라인에 미리 알리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인이 시민들과 만나는 일조차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호주연방경찰과 관계 기관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안전 관련 설명을 진행하고 일정을 경찰과 공유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과 시민에게 열린 정치 활동을 유지하는 일.
호주 사회는 지금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악플 넘어 차량 공격까지…'정치인 극한직업' 된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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