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오늘(23일)은 관세 얘기군요.
<기자>
지난해 바나나 관세를 정부가 563억 원을 깎아줬는데요.
도매가는 34% 떨어졌지만, 소매가는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관세 깎아줬다는데 왜 안 싸지냐?" 싶으셨던 분들 이유가 있었습니다.
할당관세라는 게 있는데요.
물가를 잡으려고 정해진 물량까지는 수입품 관세를 낮춰주는 제도입니다.
관세가 30%면 1만 원어치 들여올 때 3천 원을 내야 하는데, 5%로 낮추면 500원만 내면 되는 거죠.
지난해 가격을 따져볼 수 있는 식료품 10개에 깎아준 관세만 1천586억 원입니다.
이게 정말 장바구니 물가를 낮췄는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따져봤더니, 가격 인하 효과가 확인된 건 파인애플, 망고, 오렌지 딱 3개였습니다.
나머지 7개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고, 일부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가장 많이 깎아준 게 바로 바나나인데요.
깎아준 관세 전체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도매가는 1kg에 재작년 중반 2천900원대에서 지난해 말 1천900원대로 뚝 떨어졌는데, 소매가는 지난해 말 3천333원, 최고가 3천407원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도매 단계에서는 싸졌는데 소비자 손에 오면서 그 효과가 사라진 셈이죠.
여기에 관세 혜택을 가로챈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관세청 조사에서는 한 바나나 수입업체가 수입 가격을 부풀려 신고하고, 관세 깎아준 몫의 14% 정도를 국내 도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다른 품목들은 추이가 어떤가요?
<기자>
설탕은 수입가가 24% 내려갔는데 이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고요.
라면 같은 경우는 원료 관세가 깎였는데도 제품값은 소폭 상승했습니다.
설탕도 관세를 30%에서 5%로 낮추면서 207억 원을 깎아줬는데요.
지난해 말 설탕 물가는 2020년보다 47%나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설탕은 수입 가격이 오를 때는 소비자 가격에 빨리 반영되고, 내릴 땐 늦게 반영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오를 땐 로켓처럼, 내릴 땐 깃털처럼"이라는 말 딱 그대로입니다.
라면 원료인 감자와 전분에도 177억 원을 깎아줬는데요.
라면은 여러 원료를 쓰다 보니 원료 하나 값이 내려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입니다.
관세를 25%에서 0%로 아예 없앤 냉동 돼지고기도 햄이나 베이컨값에는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 제도를 악용한 업체들도 있었는데요.
관세청이 수입업체 21곳을 조사했더니 10곳에서 5천468억 원 규모의 위반이 나왔습니다.
탈루한 세금만 586억 원입니다.
수입 가격을 부풀리거나, 이름만 빌려준 바지 업체를 내세워 싼 관세 물량을 더 챙기고, 세금 내기 전 수입품을 맡겨두는 보세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기도 했습니다.
소고기는 45일 안에 꺼내서 시장에 풀어야 하는데, 최장 137일까지 묵혀뒀습니다.
관세청은 신고 기한을 줄이고 가산세 한도도 두 배로 올릴 계획입니다.
국회에서는 깎아준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실제로 반영되는지 추적해서 공개하고, 효과 없는 품목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앵커>
마지막 얘기는 김밥 한 줄이 평균 4천 원 정도, 요새 실제로 이 정도 할 것 같습니다.
<기자>
지난달 서울 김밥 한 줄 평균이 3천923원으로 4천 원까지는 딱 77원 남았습니다.
점심 한 끼 값 부담되시죠.
서울에서는 1년 새 8.3%나 올랐는데요.
전국 평균으로 봐도 김밥이 5.1%로 주요 외식 메뉴 8개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서울 비빔밥은 1만 2천 원이 됐고, 전국 김치찌개 백반도 9천 원을 넘었습니다.
밥이 들어가는 메뉴가 줄줄이 오르는 데에는 쌀값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기준 쌀 20kg 평균 소매가는 6만 2천903원, 평년보다 6천 원 넘게, 11% 비쌉니다.
작년 이맘때보다는 조금 내렸지만 여전히 6만 원을 넘는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거죠.
즉석밥도 개당 평균 가격이 지난해 10월 1천590원에서 지난달 1천642원으로 올랐습니다.
가격 부담에 1인 가구 증가, 식습관 변화까지 겹치면서 올해 8월까지 마트 같은 데서 팔린 쌀은 24만 7천 톤, 1년 전보다 7% 넘게 줄었습니다.
대신 양이 적은 즉석밥은 더 찾았습니다.
130g 이하 작은 즉석밥 비중이 4년 전 4%에서 올해 상반기 16%로 4배가 됐습니다.
[친절한 경제] 바나나 관세 563억 깎아줬는데…소매가는 그대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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