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구속 기로에서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방화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불만이나 억울함이나 알리겠다며 불을 지르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겁니다.
보도에 김민준 기자입니다.
<기자>
운행 중인 지하철에서 한 남성이 바닥에 휘발유를 쏟아붓고 불을 붙입니다.
불길은 빠르게 번졌고, 실내는 곧 검은 연기로 가득 찼습니다.
지난해 5월, 5백 명 가까이 타고 있던 서울 지하철 5호선 객차 안에서 한 60대 남성의 방화로 승객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이혼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며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억울함을 알리려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연만 달랐지 억울하다,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범행 동기는 70대 역삼동 연쇄 방화범과 같았습니다.
[손외철/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 교수 : 주로 알리려고 하는 거잖아요, 자기가 당한 억울함이나 이런 거를요. 물론 살인 같은 것도 언론에 보고되면 알지만 (방화가) 효과가 제일 크다고 보죠.]
지난 7월 경북 경산에선 한 70대 입주민이 평소 아파트 관리 문제로 갈등을 빚던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5명이 숨졌고, 재작년 9월 충북 청주에선 숙박비 문제로 다투던 여관 주인이 "짐을 빼라"고 말하자, 50대 남성이 불을 질러 무고한 투숙객 3명이 숨졌습니다.
개인적인 불만이나 억울함을 정당한 사법 절차가 아닌 방화 등 화풀이 범죄를 통해 해소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건데, 실제로 지난해 범행 동기가 확인된 방화 피의자 34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04명이 분풀이나 적대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스스로 합리화하고 정당성을 가지는 거예요. 검거되고 난 이후에 언론과의 접촉에서도 본인이 부끄러워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거나 하는 이런 것이 전혀 없고.]
특히, 개인적인 불만이나 하소연을 들어줄 주변 사람이 줄어드는 노년층이 방화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임명호/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 불평을 SNS에 많이 올리거든요, 젊은 친구들은. 그런데 (취약층은) 이런 SNS 유저들이 아니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법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거죠.)]
사적인 억울함도 호소할 수 있는 적절한 통로나 창구를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보다 촘촘하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편집 : 박나영, 디자인 : 이종정)
무고한 사람들 죽어나갔다…반복되는 '화풀이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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