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의 표명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애국지사 박원근 지사의 글씨로 소개했다가 뒤늦게 친일파 글씨로 드러난 유물의 소유자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다는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알려지며 논란이 됐습니다.
유 관장은 논란 끝에 오늘(21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SBS 취재 결과, 유 관장은 지난달 박 지사의 유족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도 해당 유품이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물관 측은 앞서 지난 7월 특별전시회에 '일반시국은' 작품을 전시하면서 애국지사 박원근 지사의 붓글씨라고 소개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박 지사 유족이 "유품 없이 떠난 선대의 유일한 흔적을 만났다"며 박물관을 찾아가 눈물을 흘린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얼마 뒤 유품은 조용히 철거됐습니다.
해당 유묵이 친일파 박중양의 작품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재감정 절차에 나선 겁니다.
확인 결과, 박물관 측은 해당 작품이 친일파의 붓글씨라고 결론 내리고 유족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실에 박 지사 유족이 모였습니다.
유 관장이 직접 사과하고 위로하겠다며 유족을 부른 겁니다.
하지만 유 관장은 해당 유품의 소유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작품 소유자가 애국지사의 것이라고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는 취지 박물관 관계자들의 설명을 유 관장이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들었다는 겁니다.
함께 문제의 친일파를 비판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리가 마무리된 걸로 전해졌는데, 한 달여 만에 국회에서 고개를 숙인 유 관장의 모습에 유족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유족 측은 SBS에 "유 관장이 대면 사과의 자리에서조차 해당 유묵이 본인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은 철저히 숨겼다"라면서 "뒤늦게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밝혀지자 불과 어제 '개인 소장품임을 밝히지 않은 점을 사과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해왔다"고 꼬집었습니다.
유족은 "단순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며, 도대체 어떤 근거로 본인의 소장품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이라고 확신해 전시에 올렸는지 명확한 판단 경위를 들고 와달라고 단호히 요청했지만, 아무 해명도 없이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유족은 "애초에 선대의 숭고한 흔적을 찾은 줄 알고 얼마나 기뻐하고 눈물지었는지 모른다. 그 간절했던 희망이 친일파의 글씨로 밝혀져 갈가리 찢겼는데, 그 깊은 상처를 남기고 그 흔한 경위 설명조차 없이 도망치듯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며 유족을 두 번 짓밟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유 관장은 사퇴와 무관하게 어떤 과정을 거쳐 이 가짜 유물을 애국지사의 흔적으로 둔갑시켰는지 진상을 국민과 유족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SBS에 "만회의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놓치고 대응 체계도 무너지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유 관장은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취임 15개월 만인 오늘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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