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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탓인데 "배상 제멋대로"…엉터리 약관들

<앵커>

항공사 잘못으로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지연되면 숙소와 차량 예약을 포함한 여행 전체가 꼬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배상받기는 쉽지 않은데요. 항공사들이 소비자 책임엔 위약금까지 물리면서, 정작 자신들 책임에 대해선 배상 규정조차 없는 엉터리 약관을 두고 있었습니다.

보도에 정성진 기자입니다.

<기자>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베트남 푸꾸옥 항공권을 예약했던 박 모 씨, 출발을 한 달 앞두고 날벼락 같은 문자를 받았습니다.

[박 모 씨/항공사 결항 피해자 : 중동 전쟁 때문에 노선을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호텔이나 리조트 이런 거를 다 예약을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항공사가 제시한 것은 기존 항공권을 환불받거나 베트남 다른 도시로 가는 항공권을 대신 주겠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박 모 씨/항공사 결항 피해자 :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더라도 (대체) 항공편을 구해 달라라고 얘기했는데, 그거는 절대 해줄 수 없다.]

박 씨는 3~4배 비싼 대체 항공권을 구했지만 항공사 측은 약관을 들이밀며 추가 배상을 거부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외 항공사 22곳의 여객 운송 약관을 조사한 결과, 21곳이 항공사 책임으로 결항하더라도 운임 환불 외 배상 규정이 없거나 배상 여부를 항공사 재량에 맡겼습니다.

소비자 사정으로 취소 시 위약금을 물리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항공사의 '오버 부킹', 즉 항공권 초과 판매로 탑승이 불가능한데도 환불을 거부하거나 기장의 건강 문제로 결항했는데 '불가항력'이라며 배상을 거부하면서도 약관을 내세웠습니다.

항공 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3천200건으로 소비자 피해 신고 1위에 올랐습니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는 항공사 책임에 따른 결항 시 보상 규정을 법령에 두고 있지만 국내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만 있을 뿐 법적 강제력은 없는 상태입니다.

[전우성/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AI광고감시단 과장 : 소비자는 피해 구제를 신청하거나 개별적으로 소송을 통해 손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므로 적절한 배상을 받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결항에 대하여 배상 책임을 규정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소비자원은 항공사들에 불리한 약관의 개선을 권고하고, 관계 부처와 법제화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전민규, 디자인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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