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원룸.
형사들이 들이닥쳐 방 안 이불을 들춰내자, 공유기와 유심들이 무더기로 드러납니다.
해외에서 발신한 인터넷전화를 국내 '010' 번호로 표시되도록 하는 변작 중계기와 범행에 쓰인 대포 유심들입니다.
중계기는 주로 검찰 사칭 보이스 피싱에 사용됐는데, 피해자 19명이 약 15억 원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중계기를 밀수·유통·운영한 조직원 17명과 유심 제공자 8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6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중계기를 국내에 들여와 원룸 등에 설치한 뒤, 피싱 범행에 이용되도록 한 혐의를 받습니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 국적의 외국인들로, 주로 텔레그램의 러시아 구인·구직 게시판을 통해 모집됐습니다.
유학생부터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 난민 신청 이력이 있는 외국인까지 체류 신분도 다양했습니다.
이들은 서로 직접 만나지 않고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장비를 전달했고, 텔레그램으로 지시를 주고받았습니다.
국내 원룸 10여 곳에 중계소를 운영하며 중국 국적 총책으로부터 일주일에 70만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수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사는 지난 2월, 부산의 한 원룸 건물 배수구에서 깨진 유심 조각들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김재한/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장 : 국내 휴대전화 번호가 피싱 사기에 이용되면, 경찰에서는 바로 이 전화번호를 정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유심은 더 이상 사용될 필요가 없고, 유심을 잘라서 배수구에 버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주변 CCTV와 유심 사용내역 등을 추적해 중계기 운영책을 특정했고, 장비 전달 경로를 따라 유통책과 모집책 등 조직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이후 조직이 관리하던 창고 2곳과 피의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해 중계기 400대와 대포폰 121대, 유심칩 5천여 개 등 범행 장비를 압수했습니다.
경찰은 중계기를 유통시킨 해외 총책과 밀수책의 신원을 확인하고 국내 반입 유통 경로 등을 추적할 방침입니다.
(취재 : 김수윤, 영상취재 : 정경문, 영상편집 : 김종태, 제작 : 디지털뉴스부)
[D리포트] "배수구에 유심 무더기 발견"…해외 피싱 번호 '010' 변작한 조직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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