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국가'라는 표현이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공직자의 골프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지난해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430만 명,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전국 골프장 총 방문객 수는 4,641만 명이다. 그럼에도 아직 골프에 드는 비용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공직자의 골프에 대한 잣대가 아직 일반 시민보다 더 엄격한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지위가 높고 힘이 셀수록 더욱 더 그렇다. 다만 구분할 건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듣는 사람도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 원인이 수반된 심각한 인명 사고나 중대한 안보 위협 사태를 보고 받고도 대통령이 나 몰라라 골프를 쳤다면 마땅히 비난받고 책임도 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 휴일에 골프를 치는 도중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다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일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참모가 있고, 국정상황실이 있으며 위기관리시스템이 있는데 만기친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국민의힘 의원도 이를 잊어버렸을 리 없다. 잘 안 될 걸 알면서 특검부터 하자는 것도 어디서 많이 본 초식이다. 요샛말로 '미러링(Mirroring)'이라고도 한다. 어제의 내가 오늘 나의 적이 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유구한 역사는 오늘도 대통령의 골프를 두고 정치에서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 편들어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는 한 신문 칼럼에서 이 대통령이 최근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 당시 골프를 쳤다는 야당 의원의 비판과 이와 관련한 여야 공방에 "노후 건물의 안전성이 논제가 되어야 할 사건이 대통령의 골프, 세월호, 현직 시장의 예지력으로, 럭비공처럼 튀어 다니며 토론장을 어지럽힌다"고 지적했다.
경호상 이유로 불가능하다지만, 차라리 대통령이 골프 일정을 사후에라도 공개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한 달에 1~2번 정도, 사회 각계 인사들과 골프를 치며 스트레스도 풀고 국정에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은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90%가 골프를 치며, 임원 3분의 2 이상이 골프가 비즈니스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얼마 전 대통령이 야당 중진 의원들을 만나 함께 골프를 쳤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야 정치권에선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르며 SNS를 하는 것보다 야당 의원들과 골프를 치며 이야기를 듣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청와대 내부에 트럼프 골프회동 대비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알고 보면 다 얽히고설킨 일이라지만, 이제는 대통령의 골프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의 합의된 기준점을 형성해나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굳이 트럼프까지 갈 필요도 없다. 더불어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과 자승자박도 이 참에 좀 줄이기로 여야가 약속하는 것도, 한국 정치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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