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중미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 몰락의 구조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있습니다. 그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뿌리가 돼야 할 프로축구 생태계의 부실입니다. SBS가 프로축구 구단들 전수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가 '프로'라는 간판만 단 채, 막대한 세금 지원 없이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먼저, 이정찬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이정찬 기자>
현재 프로축구 'K리그'의 1, 2부리그는 총 29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17개 팀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시,도민 구단'입니다.
이 시도민구단들이 자체 수입 대신 지자체가 세금으로 마련하는 '보조금'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SBS가 전수조사를 해보니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올해 새로 가입한 세 팀을 제외한 14개 구단의 재무 자료를 분석했는데, 지난해 14개 팀이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총 1,401억 원으로 전체 수입의 64%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자체 수입이 보조금보다 많았던 곳은 역사가 오래되고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강원과 대구, 인천 3개 구단뿐입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11개 팀의 보조금 의존도는 73.4%에 이르고 11개 팀의 자체 수입을 모두 더해도 강원과 대구, 인천 3구단의 자체 수입보다 적습니다.
더 심각한 건, 이 정도의 보조금도 시도민구단의 생존에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파주는 프로 전환 첫해부터 임금 체불 위기에 직면했고, 김해는 데뷔 시즌 단 2승에 그쳐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정영두/김해시장 : 재정적인 지속 가능성도 없고 공익적으로도 의미가 없다는 판단 하게 되면 저는 구단주로서 결단할 수밖에 없거든요.]
회계 담당 직원이 80억 원 대 횡령 의혹으로 구속된 김포는 구멍 난 재정을 추경 예산으로 메워 연명하고 있습니다.
후원 수입과 입장권 및 상품 판매 수입, 그리고 방송 중계권료를 바탕으로 프로답게 운영되는 유럽 주요 리그와는 비교가 의미가 없을 정도이고, 모기업의 지원금 비중을 2018년 41%에서 지난해까지 25%까지 줄이며 '자생력'을 높여온 국내 프로야구와도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앵커>
문제는, 이렇게 사실상 혈세로 연명하는 시도민 구단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단 겁니다. 그뿐 아닙니다. 보조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알기도 어려운 데다, 이걸 감시해야 할 프로축구연맹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편광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편광현 기자>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인프라 활용과 K리그 발전을 위해 태동한 시도민구단은 2010년대 승강제 도입 이후 계속 숫자가 늘어나며 K리그 내 비중을 높여왔습니다.
최근 6년 동안은 해마다 한 팀씩 늘어나는 꼴로 리그 과반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많은 시도민 구단은 사실상 지자체 권력의 '밥그릇 챙기기' 도구로 이용되면서 '자력 경영'을 추구할 동기가 부족했고, 그 결과 '지자체 보조금'은 해마다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데도 보조금을 장부에 적는 방식이 통일되지 않아, 시민들이 구단 살림살이를 들여다보기가 어렵단 지적이 나옵니다.
A 구단은 시에서 받은 80억 원 가운데 70억 원을 자본금에 보태는 '자본전입액'으로 분류해, 보조금이 10억 원 정도로만 나타나게 적었고, B 구단은 시비 100억 원 정도를 지출한 비용에서 줄여 표기하는, 이른바 '상계처리'를 해 재무제표만 보고선 보조금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재무제표를 아예 공개하지 않은 구단도 있습니다.
[C 시민구단 관계자 : 매출이나 이런 것 때문에 공시 대상이 아니어 가지고요. (외부에서 볼 방법은 없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구단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프로축구연맹의 감시도 허술합니다.
신생 구단의 자격 여부를 심사할 때 재정 건전성을 들여다보긴 하지만 3년 연속 순손실이나 완전자본잠식 상태만 아니면 될 정도로 문턱이 낮습니다.
기존 구단의 자격 유지는 기준이 더 낮은데 쉽게 설명해 구단 잔고가 0원 이상이면 되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더라도 2030년까지만 해소하면 됩니다.
[정도진/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끊임없이 보조금이 계속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한 바닥 기준입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재정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연상/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 조금 더 적극적인 제도도 고려하고 있는 게, 하나는 샐러리캡입니다. 선수단 보유 숫자도 일정 숫자로 맞추는 로스터 제도까지도 강구를 하고 있습니다.]
시도민구단을 계속 늘려온 정책 방향을 바꿀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황인석·양두원, 영상편집 : 이재성·박기덕, 디자인 : 임찬혁·변다영·김민영)
[단독] '프로' 간판 달고 혈세 쓰는데…운영은 '부실'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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