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100억 편취 '반쪽 아킬레스건' '혐의없음'이라더니
01:47 1심 판결, 왜 뒤집혔나?
03:13 식약처의 판단, 재판부가 선 그은 이유
04:49 2심 판결의 의의
1. 100억 편취 '반쪽 아킬레스건' '혐의없음'이라더니
저는 SBS 사회부 김민준 기자입니다. 지난 1월 저희는 반쪽 아킬레스건 불송치 사건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당시 사건의 핵심은 이랬습니다. 식약처의 정식 수입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인체 조직 수입 업체들이 이 반쪽 아킬레스건을 불법으로 수입해서 납품하고 건보공단에는 마치 완전체 아킬레스건을 수입한 것처럼 속여서 요양급여 100억 원을 수령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은 당시에 기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언론 브리핑도 했었습니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박명운/당시 서울청 국제범죄수사2계장 : (십자인대가) 파열됐을 때 그 부분을 이어주기 위해서 이 아킬레스건이 필요한데, 반을 잘라 가지고 환자의 몸에 이식을 한 거예요.]
그런데 정작 주무기관인 식약처가 아킬레스건은 크기나 규격에 따라서 별도로 식약처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이 반쪽 아킬레스건을 승인 없이 수입한 업체들의 행위가 인체조직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냈습니다. 식약처의 이 입장 한 줄 때문에 경찰 수사는 허무하게도 불송치, 혐의없음으로 끝났고 부당하게 빠져나간 요양급여를 돌려달라면서 이 건보공단이 업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1심 소송도 건보공단의 패소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공단은 항소했다고 저희 SBS가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 가까이가 지났습니다. 식약처에 별도로 수입 승인을 신청할 필요가 없는 즉 한쪽이나 반쪽이나 마찬가지라는 1심의 판단과 다르게 2심은 두 개가 분명 다른 별개의 재료로 봤습니다.
2. 1심 판결, 왜 뒤집혔나?
그 근거로는 반쪽짜리 아킬레스건이 별도로 보험 등재된 사례가 있고 심평원으로부터 각각 다른 코드와 상한 금액을 부여받은 전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반쪽짜리 아킬레스건을 수입해서 납품하고 싶었다면 별도로 복지부에 요양급여 신청 대상인지를 확인하고 또 코드도 부여받았어야 했는데 이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완전체의 코드로 반쪽 아킬레스건을 들여온 건 위법이라는 겁니다. 자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하면서 마치 완전체를 수입한 것처럼 완전체의 코드로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수령한 것은 사실상 요양급여 편취라는 것이 2심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완벽하게 같은 건 아니지만 보통 민사소송에서 편취라고 다뤄진 표현들은 형사에선 고의성을 가진 기망, 사기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체들의 미필적 고의성도 인정됐는데 업체 대표들의 경력이 길었기 때문에 반쪽을 별도 코드로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도 재판부는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한정된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려는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취지를 감안했을 때 업체들의 행동은 비난 가능성이 큰 행위다" 이렇게 적었습니다.
3. 식약처의 판단, 재판부가 선 그은 이유
1심 판결과 경찰 수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식약처의 판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선을 명확하게 그었습니다. 일단 식약처와 건보공단은 분명히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가진 기관이기 때문에 식약처의 수입 승인 여부가 건보공단의 요양 편취 관리 사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말이 조금 어려워서 풀어드리면 식약처라는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겁니다. 즉 어떤 치료 재료가 우리 몸에 위험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관입니다. 반면 건보공단은 이 안전성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으로 국민건강보험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서 최대한 많은 국민들에게 복지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목적인 기관입니다. 식약처는 아킬레스건을 반쪽으로 써서 인체에 위험하다고 보고된 적이 없으니까 반쪽으로 쓴다고 해서 우리에게 별도로 확인받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오롯이 안전성의 관점에서만 입장을 낸 것일 뿐이며, 이런 식약처의 입장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건보공단의 관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건보 재정을 편취한 것이 의심되는 사건에서 식약처의 그 간단한 입장 한 줄만으로 업체들에게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었습니다. 때문에 재판부는 식약처의 입장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번 반쪽 아킬레스건 사건은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4. 2심 판결의 의의
2심 판결의 의의를 한번 살펴보고 싶습니다. 식약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 1심 판결대로라면 비단 아킬레스건뿐만 아니라 어느 의료 재료를 들여올 때 반쪽이 아닌 4분의 1, 8분의 1로 잘라도 그것이 신체에 위해가 간다는 위험성이 확인되기 전이라면 수입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이야기가 돼 버립니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식약처의 입장과 건보공단의 입장이 분명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음으로써 설령 어떤 치료 재료가 인체에 위험하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이라도 가격과 코드가 다른 의료 재료를 누군가의 사익 추구를 위해 무단으로 들여오는 행위가 위법일 수 있다고 인정한 그런 선례를 남긴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한계도 있습니다. 이 민사 재판의 특성상 징벌적 의미라기보다는 누군가가 누렸던 이익만 뱉어내는 수순에 사실 불과합니다. 환자들은 자신도 모른 채 한쪽이 아닌 반쪽짜리로 이식 수술을 받았고, 아직 위험성이 보고되지 않은 것일 뿐 없는 게 아닌 상태일 텐데 피해 배상이 아니라 누군가가 누렸던 부당한 이익만 뱉어내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들에게는 설령 걸리더라도 그냥 취했던 이익만 뱉어내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습니다. 또 일부 업체들이 3심에 상고함에 따라서 최종심까지 가야 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보다 강력한 형사적 징벌적 제재 조치나 수사가 동반돼야 합니다.
[최정규/공익제보자 변호인 : (경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는데 형사 처벌이 이루어져야 다시는 이런 시도들, 국민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이런 시도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직후 건보공단은 지난 2월 곧바로 이의 신청과 재수사 요청을 했는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는 별다른 진전이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이번 2심 판결이 나온 만큼 앞으로의 경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꼼꼼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취재 : 김민준,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식약처가 괜찮대? 어쩌라고! 뱉어내!"…100억 편취 '반쪽 아킬레스건' 뒤집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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