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 D&A-방사청의 사상 최대 방산비리 사건이 발표된 지 한 달 반 만에 또 방산비리 사건이 터졌습니다. KF-16 전투기 방산비리 사건은 LIG D&A 사건에 비해 규모야 작지만 범행 기간이 10년을 훌쩍 넘고, 범죄 액수도 소형 업체를 감안하면 큽니다. 심상치 않습니다. K-방산이 2022년 폴란드 잭팟 이래 완연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K-방산에 극약과도 같은 방산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습니다.
방사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방산비리는 국방비를 매개로 자행되는 안보 범죄입니다. "걸리면 어김없이 나락 간다"는 본보기를 세워야 재발을 막습니다. 온정을 보여주는 순간, 몇 년에 걸쳐 전력화 지연되고 방산의 신뢰 무너뜨린 KDDX 사업 같은 사태가 재발하기 십상입니다.
"11년 동안 KF-16에 짝퉁 부품 공급"
대전지방공소청 논산지청은 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전투기 부품 제작·유통업체 대표 A 씨와 외주 업체 정비사 B 씨, 외주정비업체 대표 C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8일 밝혔습니다. 외주정비업체 공정보증인과 정비사 등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A 씨 등의 혐의는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국내에서 제작한 전투기 부품인 다운컨버터 위조품을 미국으로 수출한 뒤 재수입해서 미국산 정품으로 속여 방사청에 공급하고 128억 원을 받은 것입니다. 정비 불가 판정받은 KF-16 송수신기의 부품들을 임의로 빼내 다른 KF-16에 사용하는 '부품 돌려막기' 수법으로 8억 5천만 원을 챙긴 혐의도 있습니다.
공소청은 "국방·안보 및 공군의 전력 신뢰성과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사건을 규정했습니다. 당황스럽게도 A 씨는 범행 수익으로 요트나 자가용 항공기 등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방산비리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LIG D&A, '컴플라이언스 강화' 선언했지만…'자성'은 어디에
LIG D&A-방사청 사건을 사상 최대의 방산비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방사청 공무원의 수뢰액수, 연루 기업의 규모, 연루자의 직급 등이 유례없이 크고 높기 때문입니다. 방사청 5급 공무원은 4억 6천만 원을 뇌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고, 대기업인 LIG D&A의 올해 기준 부사장과 상무가 연루된 사건입니다. 공소장에 적힌 접대와 향응은 낯 뜨거운 수준입니다.
LIG D&A는 6개 방위사업을 부정하게 수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수원지검은 '반국가적 중대 범죄'라고 불렀습니다. 특히 "지능형 신호 탐지 기술 등 3개 사업을 부정 수주함으로써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원지검의 수사 결과 발표 다음 날인 지난 8월 21일 LIG D&A는 입장자료를 냈습니다. 제목과 인사말 포함 17개 문장 가운데 유감 표명은 단 1개 문장에 불과했습니다.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관련 수원지검의 판단을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깎아내렸습니다. 이어, 기업의 준법경영을 관리하는 시스템인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입장자료를 마무리했습니다.
LIG D&A는 지난 6일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강화 선포식을 개최했습니다. LIG D&A는 보도자료에서 "투명성 향상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 강화, 임직원 대상 컴플라이언스 교육 프로그램 내실화, 컴플라이언스 체계 정비 등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신익현 LIG D&A 대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신뢰를 쌓아 나가기 위한 쇄신 노력을 지켜봐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방산비리 사건으로 말미암아 열린 행사일 텐데 LIG D&A의 컴플라이언스 강화 보도자료는 방산비리 사건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입장자료보다 방산비리에 대한 인식이 더 퇴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모 방산업체의 한 임원은 "대국민 사과를 한다거나 기소된 임원들을 징계한다는 소식은 없고, 아무렇지 않은 듯 컴플라이언스 대회를 여는 LIG D&A의 풍경이 비현실적이지 않냐"고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동정적 발언을 이끌어내려고 요즘 LIG D&A 대관팀이 국회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데 보기에 영 불편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큰 도둑', '작은 도둑' 가리지 말아야…
방사청은 LIG D&A와 KF-16 부품·정비업체 사건을 무겁게 다뤄야 할 것입니다. LIG D&A 사건은 국방비를 뇌물로 썼고, KF-16 사건은 국방비로 요트와 경비행기 구입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습니다. 특히 LIG D&A 사건의 한 축은 방사청 공무원입니다. 또 LIG D&A는 방사청이 늘 편애했던 방산 대기업 중 하나이고, 그래서인지 자성의 목소리도 잘 안 들립니다. 연루 기업이 크든 작든 제재의 칼은 똑같이 날카로워야 한다는 점을 방사청은 명심해야 합니다.
KDDX 기밀탈취 사건처럼 여기저기 눈치 보며 갈짓자 행보 했다가는 방산비리 또 터집니다. 방사청이 KDDX 사건을 살살 다루는 모습이 업체들의 기강을 이완시켜 지금의 방산비리들을 낳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수출도 잘 안되는데 이렇게 방산비리만 속출하면 K-방산은 어렵게 얻은 국민의 지지를 삽시간에 잃을 수 있습니다. 이번 방산비리 고비 준엄하게 넘겨 K-방산 바로 세우려면 방사청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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