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폭행하고 성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3년을 받은 30대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가 제때 병원으로 옮겨졌다면 살 수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고법은 30살 A씨의 강도살인과 유사강간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열고 신경외과 전문의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기로 해 'A씨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곧장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이송했으면 생존했을 확률이 어느 정도였을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A씨는 지난 1월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자기 집에서 이틀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피해자의 얼굴에서 발견한 심한 멍 자국과 과거 A씨에게 스토킹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이력을 토대로 보완수사에 나섰습니다.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결과, 그가 피해자에게 '벌금'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고 강제로 성폭행하는 등 유사강간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실신하자 휴대전화로 '뇌출혈', '동공 움직임' 등을 검색하며 1시간가량 피해자를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단순 상해치사가 아닌 강도살인 및 유사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하고,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반면 A씨 측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으므로 상해치사죄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급소나 위험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 점, 폭행 과정에서 흉기나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또 피해자를 폭행하면서도 약을 발라주거나 얼음찜질해준 행동도 살인의 고의와는 반대되는 행동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강도치사죄와 유사강간치사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13년을 내렸습니다.
검사와 A씨 측 모두 항소했습니다.
(취재 : 정다은, 영상편집 : 이유진,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
[자막뉴스] 여자친구 때려 숨졌는데 "살인 무죄"…근거는 "약 발라줘서?"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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