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화제가 된 휴게소 로봇 셰프의 '대파라면 실패' 사진과 조리대 모습
조리 현황판에 뜬 붉은색 '대파라면 실패' 알림.
조리대와 바닥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라면 사리와 수프 가루.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고속도로 휴게소 내 로봇 라면 코너 모습입니다.
손님이 주문한 대파 라면을 끓이던 24시간 무인 '로봇 셰프'가 조리 도중 라면 사리를 놓치면서 빚어진 돌발 상황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문 현황판에 선명하게 찍힌 '실패'라는 두 글자가 온라인 게임 속 아이템 강화 실패 메시지를 연상시키며 누리꾼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누리꾼들은 "로봇의 인간적인 면", "라면도 '가챠'(뽑기)로 먹는 시대", "실패하면 다시 끓여주나", "환불은 해주나"며 유쾌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로봇 라면 매장을 운영 중인 서울양양고속도로 가평휴게소(서울 방향) 푸드코트에 들어서자 편의점 앞에 자리한 라면 자동 조리 로봇 매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로봇은 손님을 부르듯 하얀색 긴 팔을 좌우로 흔들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메뉴는 모두 8가지로 구성됐습니다.
기본 라면은 4천500원이며, 대파라면을 비롯해 김치·얼큰·치즈·김치치즈·대파치즈·짬뽕해물라면 등은 5천500원입니다.
가격대는 사람이 조리하는 일반 푸드코트 라면과 비슷하지만, 구성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이 끓여내는 라면이 달걀이나 파 등 고명이 더 푸짐한 편이라면, 로봇 라면은 즉석 라면 조리기를 활용한 '한강 라면'조리 방식과 비슷합니다.
조리 과정은 신속하고 일정합니다.
'정확한 조리 시간', '일정한 재료 비율'이라는 홍보 문구처럼 로봇은 주문이 접수되자마자 전용 종이 용기에 면과 스프를 담더니 4분 30~50초 만에 라면 한 그릇을 끓여냈습니다.
한 번에 최대 4그릇까지 동시 조리가 가능합니다.
다소 한산한 평일 오전 시간대였지만 낯선 라면 로봇의 동작은 지나가는 이용객들의 발길을 자주 붙잡았습니다.
연인이나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여행객들이 부스 유리창 앞에 멈춰 서서 조리 과정을 신기한 듯 구경했습니다.
친구들에게 공유하겠다며 연신 로봇 사진을 찍던 이 모(54) 씨는 "라면이나 커피처럼 레시피가 정형화된 음식은 기계가 만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라면처럼 물양이 중요한 음식은 오히려 사람이 만드는 것보다 맛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라면 로봇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아이들은 부모 품에 안긴 채 부스 유리창 넘어 로봇을 신기한 듯 바라봤습니다.
엄마와 함께 로봇 라면을 먹은 방 모(5) 양은 "로봇이 신기해서 (라면을) 먹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맛을 묻자 "1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외쳤습니다.
어머니 강 모(33) 씨는 "지난주에 휴게소에 들렀다가 먹으려 했는데 시간이 없어 못 먹고 이번에 다시 찾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평소 한강 라면을 좋아하는데,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혹시 조리에 실패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고 다음에도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휴게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라면 로봇은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와 청주휴게소에 이어 가평휴게소에 3호점(춘천 방면)과 4호점(서울 방면)이 들어섰습니다.
서울 방면 매장은 지난달 설치돼 현재 두 달간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치고 있습니다.
로봇 개발업체 관계자는 "로봇이 사리를 집는 과정에서 다른 사리가 함께 딸려 나오거나 너무 빨리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를 '실패'로 처리해 화면에 띄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패' 알림이 뜬 건 한두 차례로, 이 경우 현장에 상주하는 직원이 환불해줍니다.
휴게소가 라면 로봇을 도입한 건 이용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일손이 부족한 야간에도 먹거리를 정상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로봇 라면 판매량은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약 60그릇, 주말과 공휴일 약 140그릇입니다.
로봇의 진가는 푸드코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새벽 시간대에 발휘됩니다.
푸드코트 일반 식당 코너의 운영 시간(오전 8시~오후 8시)이 끝난 뒤에도 24시간 작동하는 로봇이 빈자리를 메우는 셈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벽 4시에 갔는데 로봇이 작동하고 있어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장시간 운영되는 휴게소 매장을 중심으로 조리 로봇 도입은 인력난과 맞물려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지난 2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휴게소 조리 로봇 도입 매장은 2021년 3곳에서 지난해 103곳으로 급증했습니다.
로봇 업체 관계자는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 오류가 생기기도 해 아직 문제를 점검하며 개선해가는 초기 단계"라며 "스키장과 대학가, 공장 구내식당, 야간 자습으로 학생들이 늦게까지 남는 중고등학교 매점 등에도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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