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 한국 이준환이 이란의 엘랴스 파르히즈가르를 상대하고 있다.
유도 국가대표 이준환(포항시청)은 국내에서 업어치기를 가장 잘 구사하는 선수로 꼽힙니다.
대회마다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상대를 업어치는 모습에 국제유도연맹(IJF)은 '번개맨'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준환은 최근 1년 동안 열린 국제대회에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업어치기를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무릎 부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왼쪽 무릎 인대 파열로 긴 시간을 재활에 전념했고, 올해 6월엔 2026 울란바타르 그랜드슬램에서 오른쪽 무릎마저 다쳤습니다.
무릎 부상은 업어치기를 주 무기로 삼는 이준환에게 치명적이었습니다.
양쪽 무릎을 제대로 굽히기 어려워 업어치기를 시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쏟아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도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주특기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몸 상태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을 안고 이준환은 나고야 무대에 섰습니다.
불편한 몸이었지만, 이준환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습니다.
8강에서 만난 홍콩의 리궉윙을 상대로 띠잡아돌리기로 유효를 얻은 뒤 밭다리걸기 절반을 보태 승리했습니다.
준결승에서는 후지와라 소타로(일본)를 상대로 노련하게 경기 운영을 펼치며 상대가 지도 2개를 받도록 유도했습니다.
후지와라가 지도 1개를 더 받으면 승리하는 유리한 상황이었으나 이준환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연장전(골든스코어)에서 허벅다리걸기 기술을 내주며 절반으로 패했습니다.
결승 진출에 실패한 이준환은 엘리아스 파르히즈가르(이란)와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고전했습니다.
무릎을 충분히 굽히지 못한 채 시도하는 업어치기는 상대가 막아내기 쉬웠습니다.
정규 시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한 이준환은 연장 시작 17초 만에 오히려 유효를 내주며 그대로 경기를 끝내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심판은 판독 끝에 해당 판정을 취소했고 이준환은 기사회생했습니다.
다시 기회를 잡은 이준환은 무릎대팔꺾기를 시도해 한판을 끌어내며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사실상 업어치기를 봉인한 채 따낸 값진 메달이었습니다.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메달)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도 성공했습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준환은 "항저우 대회 패배 이후 금메달을 따려고 열심히 준비했으나 노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멈추지 않고 도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준결승에서는 지도 2개를 빼앗아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상대를 메쳐서 이기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붙어서 공격을 시도했던 것 같다"며 "경기를 복기하면서 더 많이 준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돌아봤습니다.
무릎 상태에 관해서는 "(무릎이 잘 굽혀지지 않아서) 한 손으로만 잡고 들어가는 등 영향이 있었지만, 부상 때문에 졌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며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것"이라고 자책했습니다.
이어 "귀국한 뒤 치료를 잘 받아서 완치하고 업어치기 등 모든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몸 상태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동메달 결정전 연장에서 상대 선수가 유효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묻는 말에는 "그저 다음에 내가 해야 할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판정이 유지되면 그대로 지는 것이라서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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