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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50만 원 내거나, 포기하거나"…서울 신혼부부 주거 잔혹사 [스프]

⚡ 스프 핵심요약

서울 유주택 신혼부부 가운데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비율은 31.4%입니다. 2015년 5.9%에서 9년 만에 5배 넘게 높아졌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가진 신혼부부 자체는 같은 기간 44.6% 감소했습니다. 2024년 서울 신혼부부의 65.9%는 무주택입니다.

집을 가진 신혼부부는 빚도 더 많았습니다. 대출이 있는 유주택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2억 2,824만 원, 3억 원 이상 대출 비중은 33.2%였습니다.

01. 서울 유주택 신혼부부 3쌍 중 1쌍은 '6억 초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신혼부부통계'를 보면 서울에 사는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유주택 부부는 4만 8,989쌍입니다. 이 가운데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가 6억 원을 넘는 부부는 1만 5,368쌍, 31.4%입니다. 서울에서 집을 가진 신혼부부만 놓고 보면 3쌍 중 1쌍꼴입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에는 5.9%였습니다. 당시 8만 8,500쌍의 유주택 신혼부부 가운데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을 가진 부부는 5,254쌍에 불과했습니다. 9년 동안 비율은 5.3배, 부부 수로는 약 3배가 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서울 신혼부부들이 그만큼 부자가 된 걸까요? 같은 통계의 다른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02. 집을 가진 신혼부부는 44.6% 줄었다

2015년 서울의 유주택 신혼부부는 8만 8,500쌍이었습니다. 2024년에는 4만 8,989쌍입니다. 9년 사이 44.6% 감소했습니다. 반면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부부는 5,254쌍에서 1만 5,368쌍으로 늘었습니다. 즉, 집을 가진 신혼부부는 크게 줄었는데, 그중 상대적으로 비싼 주택을 보유한 부부는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서울 신혼부부 전체로 범위를 넓혀 보면 더 분명합니다. 2024년 서울의 초혼 신혼부부는 14만 3,820쌍. 이 가운데 65.9%가 무주택입니다. 10쌍 가운데 6쌍 넘게 서울에서 자기 집 없이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03. '공시가 6억'을 곧바로 '부자'라고 볼 수 없는 이유

공시가격 6억 원을 넘는 집을 가졌다고 해서 곧바로 '고가주택을 가진 부유한 신혼부부'라고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지난 9년 동안 서울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는 공시가격 6억 원에 미치지 못했던 주택 가운데 상당수가 가격 상승으로 이 기준을 넘어섰을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의 차이도 주택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시가격 6억 원=시세 ○억 원'이라고 일률적으로 환산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31.4%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서울 신혼부부의 3분의 1이 부자가 됐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서울에서 집을 가진 신혼부부의 숫자는 줄어드는 동시에, 남아 있는 유주택자의 자산 가격은 크게 높아진 현상에 가깝습니다.

04. 집값과 함께 커진 숫자가 하나 더 있다

빚. 2024년 대출잔액이 있는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 7,900만 원입니다. 2016년에는 7,778만 원이었습니다. 8년 만에 130.1% 증가했습니다. 대출이 있는 신혼부부 가운데 3억 원 이상 대출을 가진 비중도 2016년 5.3%에서 2024년 24.0%로 높아졌습니다. 4쌍 중 1쌍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특히 집을 가진 신혼부부의 대출 규모가 컸습니다. 대출이 있는 유주택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2억 2,824만 원입니다. 무주택 신혼부부보다 8,664만 원 많았습니다. 3억 원 이상 대출 비중도 차이가 컸습니다. 유주택 33.2%, 무주택 16.7%, 두 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다만 이 대출잔액을 전부 주택담보대출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신혼부부통계의 대출잔액에는 금융권의 여러 종류 대출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신혼부부가 집을 사느라 평균 2억 원 넘게 빚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집을 가진 신혼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훨씬 큰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05.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살 것 같아서"

30대 직장인 A 씨는 올해 초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6억 6,000만 원을 빌렸습니다. 월 원리금 상환액만 350만 원가량입니다. 부부가 한 달 동안 버는 돈의 약 3분의 1입니다. 그런데도 집을 산 이유를 A 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다."

반대편에는 집을 사지 못하거나 사지 않기로 한 부부들이 있습니다. 결혼 3년 차인 B 씨 부부는 서울 영등포구 전셋집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 마포·서대문구에서 8억 원 안팎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맞벌이를 해도 수억 원대 대출 없이는 서울에서 집을 사기 어렵다고 판단해 최근에는 경기 지역까지 매물을 넓혀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결국 얼마를 버느냐뿐 아니라 기존에 얼마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빚을 감당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된 겁니다.

06. 금리가 오르면 격차는 더 선명해진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3.0%.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90~6.88% 수준으로 상단이 7%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미 많은 돈을 빌려 집을 산 신혼부부라면 이자 부담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직 집을 사지 않은 부부에게는 대출을 이용해 서울 주택시장에 들어가는 문턱이 더 높아집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높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3억 1,333만 원으로 처음 13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평균 매매가격은 16억 2,469만 원입니다. 상당한 기존 자산이나 큰 규모의 대출 없이 맞벌이 소득만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가격대입니다.

07. 아예 서울에서 시작하지 않는 신혼부부도 늘고 있다

전국 신혼부부 가운데 서울 거주 신혼부부의 비중은 19.0%입니다. 전국 유주택 신혼부부 가운데 서울에 사는 부부의 비중은 더 낮은 15.2%입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비싼 집값 때문에 신혼부부가 서울을 떠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역별 혼인 인구 변화와 주택 공급, 직장 위치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숫자를 한데 모아보면 서울 신혼부부의 주거 상황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보입니다. 집을 가진 신혼부부는 줄었습니다. 남아 있는 유주택 부부 가운데 비싼 주택을 보유한 비중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유주택 신혼부부는 더 많은 부채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가진 신혼부부와 그렇지 않은 신혼부부 사이의 간격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는 겁니다.


Deep Dive Q&A
Q1. 서울 유주택 신혼부부의 31.4%가 '고가주택 보유자'라는 뜻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31.4%는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가 6억 원을 초과한 비율입니다. 지난 9년간 서울 집값 자체가 크게 상승했고 공시가격과 시세의 관계도 개별 주택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이 숫자를 곧바로 '부유한 신혼부부 비율'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Q2. 왜 31.4%라는 숫자가 중요한가요?

유주택 신혼부부 자체는 9년 동안 44.6% 감소했는데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을 가진 신혼부부의 절대 숫자는 약 3배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주택을 보유한 신혼부부의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Q3. 유주택 신혼부부의 대출 2억 2,824만 원은 주택담보대출인가요?

아닙니다. 통계에 잡힌 대출잔액을 모두 주택담보대출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집을 사기 위해 정확히 얼마를 빌렸는지는 이 통계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대출이 있는 유주택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이 무주택 부부보다 8,664만 원 많다는 비교는 가능합니다.

Q4. 서울 신혼부부의 주거 상황은 좋아진 건가요, 나빠진 건가요?

이 통계 하나만으로 전체 신혼부부의 주거 상황을 좋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서울에서 집을 가진 신혼부부가 크게 줄고, 유주택 부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주택을 가진 비중과 대출 규모가 커지는 변화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통계에서 31.4%만큼이나 중요한 숫자가 65.9%입니다. 서울 신혼부부 3쌍 가운데 2쌍 가까이가 무주택이라는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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