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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의 중소기업 A사 압박전…"청장 주재 회의 후 동시다발 분해 검사" [취재파일]

방사청의 중소기업 A사 압박전…"청장 주재 회의 후 동시다발 분해 검사" [취재파일]
방사청이 중소기업인 무전기 제조업체 A사에 대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들을 하고 있습니다. 업체의 사활이 걸린 결정을 2~3일 만에 내리라고 업체에 강요하지를 않나, A사가 군에 납품한 통신장비들을 업체 몰래 무더기로 뜯어보기도 했습니다.

발단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진행된 42억 원 규모의 전투원용 무전기 2차 사업입니다. 팬데믹의 여파로 부품 800여 종 중 3종의 수급이 막힌 탓에 동등 이상 성능의 대체 부품을 적용했는데 부품 대체 협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점이 빌미가 됐습니다.

매끄럽지 않은 과정이라고 해봐야 잘 들여다보면 납득할 여지가 있는데도 방사청은 무턱대고 완력부터 쓰고 있습니다. 특히 이용철 방사청장이 진두지휘함으로써 방사청 직원들은 물불 안 가리고 업체 때리기에 전념하는 것 같습니다.

소규모 사업에 방사청 넘버 1·2 떴다!

몇 달 전부터 통신업계와 군 통신병과 사이에서 괴소문이 돌았습니다. "A사가 방사청으로부터 부정당 제재를 받아서 전투원용 3차 사업에 참가하지 못한다", "B사가 3차 사업에 무혈입성하게 되고, A사는 방산업체 지정이 취소돼 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문의 발원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소문이 예언처럼 실현되려면 방사청이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방사청은 뛰었습니다. 그것도 이용철 청장이 앞장서서 판을 키웠습니다.

지난 14일 오전 이용철 방사청장은 전투원용 무전기 관련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회의에서 청장이 'A사 무전기의 대체 부품 이슈를 왜 방치했나'라며 화를 냈다", "사업팀에서 어련히 알아서 할 일인데 이 청장은 전임 청장까지 입에 올리며 오버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청장은 회의에서 철저한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오후 김일동 방사청 차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또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 관련 회의를 열었습니다. 중소기업의 42억 원짜리 작은 사업을 놓고 방사청의 넘버 1·2가 손수 등판한, 전례 드문 일입니다. 김 차장 주재 회의에서는 조사 일정과 방법 등이 구체화됐습니다.

전격작전 방불케 한 분해 검사

방사청이 문제 삼고 있는 전투원용 무전기
방사청의 넘버 1·2 주재 회의의 결론은 "A사가 군에 납품한 모든 무전기를 분해해서 허점을 찾아내라"입니다. 전투원용 무전기 2차 사업 중 코로나 팬데믹 탓에 부품 3종을 못 구해 방사청과 협의한 끝에 백도어 안 되는 동등 이상 성능의 대체 부품을 끼운 데 대한 대응치고는 좀 과해 보입니다. 사상 최대 방산비리 혐의로 기소된 LIG D&A도 방사청의 이런 특수수사급 조사는 당하지 않았습니다.

청장, 차장의 재촉에 앞서 방사청은 A사 모르게 전투원용 무전기 1, 2차 사업분을 뜯어보고 있었습니다. 청장과 차장의 호통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우선 방사청 조사팀은 지난 15, 16일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 투입됐습니다. 전차와 장갑차에 부착하는 A사의 고속무선통신장치를 분해하며 흠을 찾아봤습니다. 다른 조사팀은 16일 육군 8기갑수색대대, 26전차대대, 32전차대대에 갔습니다. 역시 고속무선통신장치의 분해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다음은 A사가 현존전력 극대화 사업으로 납품한 무전중계기와 특수작전 무전기가 타깃이었습니다. 지난 17일 22사단, 그리고 21일 강원 춘천의 정비대대에서 무전기 분해 검사를 했습니다. 사용자인 군은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구매 대행처인 방사청이 생산자 모르게 분해 검사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쿠팡에서 거래된 갤럭시폰을 삼성전자 배제한 채 쿠팡이 문제 있다며 고객의 제품을 분해, 조사하는 격"이라고 평했습니다.

기술 협상 후 계약 체결, 안티 탬퍼링이 불법?…방사청 과오는?

방사청 대전 청사와 전투원용 무전기의 이미지
방사청은 어제(29일) "A사의 부품 대체는 계약 위반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 "부품의 각인 제거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업무 시간 2-3일의 시간만 주고 중대 결정을 하라고 한 데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방사청의 계약 위반 주장이 옳다고 해도 방사청은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2022년 8월 30일 계약 체결 전 방사청과 A사는 당연히 기술 협상을 했을 것입니다. A사의 보안 PC에는 2022년 5월 8일, 6월 10일, 8월 2일 기술 협상 및 계약 전 협의에서 부품 대체가 논의됐다는 기록이 보존돼 있습니다. 방사청에는 협상, 협의, 보고의 기록이 제대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제 방사청장은 당시 업무 담당자인 5급 사무관에 대한 감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달리 말하면 계약 위반 논란의 뿌리인 부품 대체 과정에서 방사청 스스로 방사청 직원의 과오를 인지했다는 것입니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 눈의 티끌을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사청은 돌아봐야 합니다. 방사청이 새삼 문제 삼는 각인 제거, 즉 안티 탬퍼링은 기술 보안을 위해 일찍이 방사청이 권고했던 조치입니다. 방사청은 가려지지 않은 시비 앞에서 업체를 위법자 취급하고 있는 것 아닌지 살펴보길 바랍니다.

짚을 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방사청은 경찰로부터 이번 사안 관련 첫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유선으로 방사청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합니다. 수사 개시 통보, 공문도 아닌 유선 공지를 한 경찰도 이상하고, 공문 한 장 없이 전화 한두 통 받고 행동에 나선 방사청도 평소와 너무 다릅니다. 이런 전반적인 논란과 더불어, 권력과 연결되는 인물들의 이름이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방사청은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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