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
일본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의 금리 인상 속도 등에 관심이 쏠립니다.
일본은행은 이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연 1.0%에서 1.25% 수준으로 0.25%포인트(p) 인상했습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2024년 3월 회의에서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8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마침표를 찍은 이후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2024년 7월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한 이후 작년 1월에는 '0.5% 정도', 같은 해 12월에는 '0.75% 정도'로 올렸습니다.
지난 6월에는 '1% 정도'로 올린 뒤 이번에는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0.25%p 인상을 단행한 것입니다.
기존의 완만했던 속도와 비교하면 간격이 줄어들며 본격적으로 긴축 정책을 가속하는 듯한 모양샙니다.
◇ 유가·AI발 물가 상승 우려에 미국도 압박 이처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계가 급격히 빨라진 것은 엔화 약세, 유가 상승과 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중동 정세 악화로 다시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급증으로 원자재와 기계 가격도 오르면서 일본은행은 기조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크게 초과할 위험을 경계해왔습니다.
▲ 18일 서울 한 명동환전소 모습.
게다가 엔화 가치는 미 달러뿐만 아니라 한국 원화 등 주요국 통화와 대비해서도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엔·달러 환율이 지난 7월 달러당 164엔대까지 오르자 이를 시정하기 위해 같은 달 말 미국과 일본 정부는 엔화를 매수하는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나섰습니다.
이 밖에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지난달 30일 회담 후 "엔화의 큰 폭 과소평가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이 단호한 시장·금융정책 상의 조처를 하는 것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일본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글로벌 통화 환경의 기류 변화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 역시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매파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상단을 3.75%에서 4.00%로 0.25%p 인상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10일 예금금리를 연 2.50%로,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2.65%와 2.90%로 0.25%p씩 올렸습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p 올렸습니다.
물가 상승이 가속할 우려에 두 달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이 같은 외부 환경을 고려하면 해외와의 금리차 확대가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의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으로 실제로 엔화 가치 하락이 멈출지는 미지숩니다.
이날 발표 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57엔대까지 올랐습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7엔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 3일 이후 약 2주 만입니다.
아울러 미 연준이 함께 금리를 올림으로써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여전히 2.75%p 안팎으로 유지됐습니다.
이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일 유인이 부족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같은 이유로 당장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 청산 충격이 재연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뇌관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입니다.
지난 2024년 8월 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한때 3.3% 급등했고, 한국 코스피를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태로 꼽힙니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대규모로 청산할 유인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 "12월까지 추가 인상" 관측 속 내부 이견도 이번 인상은 이미 시장이 예측했던 만큼, 관건은 향후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금리를 얼마나 더 빠르고 높게 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지난 7월 금융정책회의 직후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금리 인상 주기가 3개월로 짧아지며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이를 사실상의 긴축 '가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습니다.
싱크탱크 도단 리서치 등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12월 회의까지 일본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9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긴축 가속화를 두고 일본은행 정책위원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기류도 감지됩니다.
마스 가즈유키 심의위원은 최근 연설에서 "7월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당면한 한 차례 인상에 관한 것이지 그 이후의 연속적인 인상까지 시사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반면 다카타 하지메 심의위원은 지난 2일 "해외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 일정한 금리 인상 간격이나 폭에 구애받지 않고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변수 중 하나는 일본 정부의 개입 여부입니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 정부의 국채 이자 상환 부담이 불어나고, 대출에 의존하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도산 위험이 커집니다.
이 때문에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등 정치권이 내수 경기 침체와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억제하고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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