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체가 10년에 걸쳐 300억 원 넘게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로 빼돌린 전직 직원에게 징역 2년 4개월이 선고됐습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첨단 기술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실제 법원의 형량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976년 설립된 국내 업체 페코텍은 반도체 조립에 사용되는 부품 '캐필러리'를 생산합니다.
케필러리는 머리카락 5분의 1 굵기의 금속 와이어를 반도체 칩에 연결할 때 사용되는 부품으로, HBM 생산에도 쓰입니다.
페코텍은 10년 동안 300억 원 넘게 투자해 관련 기술을 개발했고, 현재 세계 캐필러리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17년 동안 근무한 김 모 씨가 지난해 중국 경쟁업체로 이직하면서 캐필러리 관련 공정 정보가 담긴 USB를 회사 밖으로 가져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 씨는 중국 공장에 파견돼 부품 생산을 총괄했던 직원이었습니다.
중국 업체 이직이 확정된 뒤에도 옛 동료들로부터 제품 불량 보고서와 경쟁사 제품 비교 분석, 생산 현황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11월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지난 5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 4개월로 감형됐습니다.
유출된 자료 가운데 일부가 회사 직원들이 열람하고 인쇄할 수 있었던 자료라는 점 등이 감형 사유로 고려됐습니다.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기술 국외 유출 사건은 2021년 9건에서 지난해 33건으로 늘었습니다.
최근 5년간 적발된 103건 가운데 중국으로 기술 유출을 시도한 사건이 66건, 64%를 차지했습니다.
분야별로는 디스플레이가 28건, 반도체가 18건이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첨단 기술 유출 범죄의 피해액을 약 23조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기술 유출 범죄가 잇따르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2024년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범죄에 대해 권고 형량을 최대 징역 18년까지 높이는 내용의 양형기준을 마련했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 사례가 적지 않은 거로 알려졌습니다.
(취재 : 김민정, 영상편집 : 이의선,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중국에 싹 다 넘기고 인생 역전"…300억 쓰고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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