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개회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긴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사이의 협력은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오늘(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개회사에서 "우리가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사법권의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이는 사법부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많은 나라에서 복잡한 정치적·사회적 분쟁이 법원으로 향하고 있고 국민들은 사법부에 점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법원은 법과 원칙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모든 법관은 어떠한 난관에 직면하더라도 두려움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대법원장님들께서는 법관들이 이런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할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여러분께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계시고 각국 여러 대법원장님께서도 강조해 오신 바와 같이 사법 기능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사이의 상호 존중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협력은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다만 그 협력은 각 기관의 고유한 책임을 존중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는 가운데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의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며 "우리의 경험과 통찰을 나눔으로써 이런 책무를 충실히 수행할 건설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사법부는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4명 가운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는데, 청와대는 열흘 뒤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습니다.
청와대가 기존에 추천된 나머지 3명 가운데 재제청하라는 뜻을 내비친 건데, 법원 내부에선 법원조직법 등을 들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후보 추천 절차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는 아·태 지역 국가의 대법원장이 2년마다 모여 사법제도와 사법 현안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책을 교환하는 국제회의로, 올해는 기존 아·태 권역 외 국가까지 포함해 약 40개국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습니다.
한국이 회의를 개최하는 건 1999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소개하며 "세상에 '나'만 존재한다면 '밥'만 있으면 될 뿐 '법'은 필요하지 않지만 '너', 곧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이 필요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은 법조계의 인공지능(AI) 활용을 논의하는 2세션 주제를 소개하면서 "AI는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사법 절차의 효율을 향상할 수 있지만 신뢰성과 책임성, 사법적 판단의 온전성을 둘러싼 중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며 "사법 정의의 근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조 대법원장은 유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희망찬 종소리는 내 가슴을 친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10대 시절 자작시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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