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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 예산 3,200억에 계약했는데…산불 나도 헬기가 못 뜬다

<앵커>

저희는 올해 예산안 전수 분석을 시작으로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16일)은 산림청의 초대형 산불 진화 헬기 도입 사업을 짚어보겠습니다. 사업 기간 7년, 총 7대 도입에, 예산만 3천200억 원이 넘게 투입됐습니다. 올 초 처음으로 초대형 헬기 1대가 들어왔습니다만, 당장 내일 큰 산불이 나도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배여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림청 로고가 선명한 이 헬기, 지난 1월 산림청은 도입식까지 열고 산불 끄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꼬리 부분에 알파벳 'N'으로 시작하는 헬기 고유 번호, 보이시죠?

미국 헬기라는 뜻입니다.

사업 시작 4년 만에 첫 헬기로 들어와 산림청 격납고에 있지만, 산림청 헬기가 아닌 겁니다.

우리 조종사는 조종할 수도, 정비사는 손댈 수도 없습니다.

계약을 담당했던 산림청 실무자는 본인의 SNS에 이런 말까지 적었습니다.

"내가 계약했지만 산림청 아닌 산림청 헬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산림청이 미국 업체와 첫 헬기를 계약한 건 2022년 12월, 기체와 주요 부품 모두 100% 새 제품으로 만들어 2025년 12월 말까지 납품받는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업체는 계약 변경을 요청합니다.

계약 뒤 2년 3개월이 지난, 납품까지 불과 9개월 남은 시점입니다.

"원래 납품 기종을 생산하기 어렵다", "초기 제안이 현실적이지 못했다"는 등 귀책 사유도 인정합니다.

대신, 1980년대 미군이 썼던 헬기를 분해한 뒤 산불 진화용으로 개조한 기종으로 변경해 납품하겠다고 제안합니다.

고심하던 산림청, 납품 기한을 두 달 앞두고 업체 요청을 덜컥 받아들입니다.

[김만주/산림항공본부장 : 대형기는 시누크(계약 기종) 하나밖에는 없다고 할 정도로 8천 리터 이상급은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가격은 10% 낮아진 363억여 원, 납품 기한은 1년 반 늦어진 내년 6월까지 연장됐습니다.

당장 올봄 산불 현장, 헬기 투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

산림청은 부랴부랴 업체에서 임시로 헬기를 제공받기로 합니다.

산림청 격납고에 있지만 우리가 몰 수 없는 바로 그 헬기입니다.

업체 측이 올봄과 내년 봄 헬기를 무상 제공하고, 조종사와 정비 인력도 투입합니다.

하지만 올봄 산불 기간이 끝나자, 미국 인력은 본국으로 모두 돌아갔습니다.

당장 대형 산불이 날 경우 산림청 인력만으로는 이 헬기를 띄울 수 없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계약대로라면 납품 기한을 못 지킨 업체는 지체 보상금을 내야 하는데, 안 낸 걸로 확인됐습니다.

[강두원/변호사 : (납기를) 1년 6개월 연장을 했을 때 결국은 지체상금 전액 면제해 주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분명히 좀 과도한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산림청은 지체상금 발생 전 계약을 변경한 거라며, 면제나 특혜를 준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홍명, 디자인 : 박태영·이준호, PD : 김도균·한승호, XR : 최재영·박천웅, VJ : 김준호, 자료제공 : 윤준병 의원실, 영상제공 : Columbia Helicopters 유튜브, 유튜브 및 SNS 출처 : 자라섬영구, 지리산 산청살이, 비차와 날틀, 필름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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