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AI의 발전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논쟁에 불을 붙인 건 AI 업계 내부였습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최근 "6~12개월 안에 AI 에이전트 무리가 지속적인 봇넷을 통해 인터넷 전체를 장악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경고하며 첨단 AI 개발의 속도 조절을 주장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다리오의 말이 옳다"고 했고, 오픈AI의 샘 올트먼도 "프런티어 AI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정반대 입장을 내놨습니다. 제품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면 출시하지 않으면 된다면서도 "새로운 법도, 새로운 규제도 필요하지 않다", "가능한 한 빠르게 달리라"고 주장했습니다. 혁신의 속도와 안전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AI 종말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가 인류를 장악할 것이라는 주장을 '사기극'이라고 규정했고, JD 밴스 부통령은 AI 기업들이 정부에 찾아와 자신들을 규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이 "트로이의 목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AI 개발을 늦췄다가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세웠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충돌이 본격화됐습니다. 민주당에선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업계의 경고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율 규제의 시대는 끝났다"며 의회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버니 샌더스 의원은 AI 산업이 극소수 부호들에게 좌우되고 있다며 "빅테크 과두재벌들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일률적인 개발 중단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AI 기업들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며 "개발을 중단하면 중국에 경쟁 우위를 넘겨주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도 "AI의 미래를 중국이나 다른 적대국에 넘겨줘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논쟁의 이면에는 AI 기업들의 '규제 요구'가 정말 안전만을 위한 것이냐는 의심도 있습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존 대형 기업에 유리해져 오히려 시장 지배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대형 AI 기업들이 규제와 함께 기업 간 협력을 위한 예외까지 요구하는 것이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전 구글 딥마인드 연구자 알렉스 터너는 "이들은 기업이고 돈을 벌고 싶어 한다"며 빅테크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안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습니다.
'실존적 위협'이라는 주장과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포론'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미중 AI 패권 경쟁과 빅테크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AI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두 달도 남지 않은 미국 중간선거는 물론, 이달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구성 : 진상명, 영상편집 : 안준혁,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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