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대에서 나온 뱀은 여덟 마리였다. 쇠살모사 여섯 마리, 유혈목이와 누룩뱀이 한 마리씩 이었다.
송계3리 홍종태 이장을 만났더니 절기부터 짚었다.
"모든 동식물은 절기상 처서를 지나면 월동 준비 및 생존 보존을 위해서 노력을 하는데, 특히 야생에서 뱀 종류, 땅벌, 장수말벌, 이런 것들이 독을 가장 많이 품는 시기가 가을철입니다."
올해 처서는 8월 23일이었다. 추석은 9월 25일. 그 사이 한 달이 벌초철이고, 산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장에게 이 한 달은 뱀과 벌이 가장 사나운 때다.
이장 본인도 여러 번 당했다. 산소를 깎으러 올라갔다가 벌에 쏘여 낫도 못 대고 내려온 적이 있다.
"몇 번 쏘이고 산소 깎지도 못하고 도로 내려와서, 전문으로 채취하는 분들한테 연락해서 벌집을 없앤 다음에 다시 가서 깎고 그랬어요."
버섯을 따러 다니다 장수말벌에 서너 방을 한꺼번에 쏘인 날은 위험했다고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산소 주변에 장수말벌이 많을까. 이장의 답은 흙에 있었다.
"장수말벌은 산소 주변에 많습니다. 묘지를 조성해서 토사가 단단하지 않고 연하니까, 그 주변에서 장수말벌이 많이 서식합니다."
9월이 가장 위험한 이유?
뱀에 물려 119에 실려 간 사람은 5년간 4,225명이다. 9월이 886명으로 가장 많고, 7월 802명, 8월 778명 순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과 2022년은 7월이 가장 많았고, 2023년부터는 3년 연속 9월이 1위다.
벌 쏘임은 같은 기간 35,618명으로 뱀의 여덟 배다. 8월 10,109명, 9월 9,985명으로 두 달이 거의 같다. 지난해 9월 한 달에만 2,107명이 실려 갔다. 하루 70명꼴이다.
새끼 밴 어미, 겨울 앞둔 뱀
"8~9월 정도 되면 어미 뱀이 몸에 새끼를 가지고 있거든요. 9~10월 되면 출산을 합니다. 그래서 뱀 자체가 민감해지는 경우가 있고, 가을이 되면 동면하기 위해서 활동성이 증가합니다."
마주치는 장소도 계절을 탄다.
"뱀은 변온동물입니다. 그래서 사람하고 비슷해요. 더운 날은 서늘한 데 가려고 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따뜻한 데로 가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숲속 그늘진 곳에 가면 뱀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 이런 환경 때문에 사람하고 마주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거죠."
현장에서 보니 그 말대로였다. 수풀에 들어간 뱀은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봐야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풀과 구분이 안 됐다.
그렇다면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까. 뱀은 시각과 청각이 둔한 대신 땅의 진동을 느낀다.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막대로 땅을 두드리는 쪽이 낫다. 민간에서 뿌리는 백반가루는 뱀이 싫어할 만한 강한 냄새가 없어 효과가 없다는 게 송 박사 설명이다.
물리면 약은 있나?
"살모사류가 특히 독사이기 때문에 탐방을 하거나 다닐 때 물리면 크게 다칠 수가 있고요. 물리면 보통 병원에서 한 달 정도까지 계속 치료를 받아야 됩니다. 응급실에 가야 되는 상황인 거죠."
국내에서 시판되는 뱀 항독소는 한 종류다. 한국백신이 생산하는 건조 살모사 항독소 6,000IU 제제로, 말에 살모사 독을 면역시켜 얻은 항체다.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한국 뱀 교상에 대한 항뱀독소」(2013) 논문 국내 독사 가운데 쇠살모사의 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적었다. 이날 여덟 마리 중 여섯 마리가 쇠살모사였다.
이 약이 국내 독사에 딱 맞는 것도 아니다. 전남대·남부대 연구진은 2021년 살모사·쇠살모사·까치살모사 세 종 각각에 맞춘 항독소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출원서에서 기존 시판 제품은 "추가 투여 비율이 높고 중증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아직 특허 단계다.
약이 있어도 시간이 문제다. 대한임상독성학회지에 실린 2022년 연구(이세록·전우찬,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는 2014~2019년 전국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뱀 물림 환자 12,521명을 분석해 물린 뒤 3시간 안에 항독소를 맞을 것을 권고했다. 같은 논문은 항독소를 갖춘 응급의료센터가 117곳 중 89곳이었다는 2007년 조사를 인용하면서, 없는 병원은 다른 곳에서 받아오는 데 평균 2시간이 걸렸다고 적었다. 농촌일수록 늦어진다.
아무 때나 놓는 약도 아니다. 부기가 물린 팔다리의 절반을 넘거나 국소 증상 점수가 9~16점에 이르고, 전신 증상이나 검사 이상이 함께 나타날 때 투여한다.
유혈목이는 사정이 더 나쁘다. 독니가 머리 뒤쪽에 있고 독샘의 주입 압력이 낮아 오랫동안 독이 없거나 치명적이지 않은 뱀으로 알려져 왔다. 대한의사협회지 논문은 최근 사례와 독 연구를 통해 일급 독성 위험이 확인됐다고 적었다. 시냅스 이후 신경독소와 혈액응고 장애를 일으키는 독소가 많다는 것이다. 이 뱀에 쓸 항독소는 국내에 없다. 물리면 보존적 요법과 성분수혈 같은 대체요법으로 치료한다.
벌초 전 체크리스트
이 벌집은 처마 밑에 있어 눈에 띄는 경우다. 벌초객이 마주치는 벌집은 대개 그렇지 않다. 특히 땅속 벌집이 그렇다. 홍종태 이장의 말을 옮겨 본다.
"산행을 하다 보면 길옆에 이상하게 벌 종류가 앞을 왔다 갔다 한다든가, 고요한데 이상한 소리가 있으면 그 주변에 분명히 벌집이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안내도 비슷한 얘기다. 풀 베기 작업 전에 수풀이나 묘지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벌집 등 위험요인을 확인한 뒤 작업하고, 나무 사이나 땅속으로 벌이 자주 들락거리면 가까운 곳에 벌집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행안부 집계로 최근 5년간 벌에 쏘여 진료받은 사람은 92,660명이고, 절반이 8월과 9월에 나왔다.
벌집을 건드렸다면 2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즉시 대피해야 한다. 엎드리거나 웅크리면 더 공격받기 쉬우니 머리를 보호하면서 신속히 벗어나라는 것이 행안부 안내다.
김한수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은 탐방로와 옷차림을 당부했다.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 주시고, 풀숲이나 바위 틈에 접근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진한 화장품이나 향수 등은 피하시고, 밝은색 계열의 옷을 입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시면 좋겠습니다."
뱀이나 벌에 물리거나 쏘였다면 직접 조치하려 하지 말고 119에 신고하거나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지난해 9월 한 달, 하루 평균 70명이 벌에 쏘이고 5명이 뱀에 물려 119에 실려 갔다. 올해 9월은 아직 절반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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