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미국·이란 전쟁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여러 차례 '플랜 B'를 가동하면서 원유 수출을 계속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반군 세력 후티와 충돌 격화 사태까지 겹쳐 동쪽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서쪽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바닷길이 막혔습니다.
이에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이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급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현지시간 9일 보도했습니다.
해양 정보 기업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 배럴로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의 발발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일일 원유 수출량은 약 700만 배럴 수준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이었다는 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은 세계 에너지 가격 안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래 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동서 송유관 가동률을 높여 홍해 연안 항구를 통해 원유를 보내 수출하는 또 다른 '플랜 B'를 가동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가 사우디의 홍해 원유 수출길까지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이에 아시아 지역에 원유를 팔기 위해 이제는 운송비가 더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에즈 운하로 나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고객은 모두 아시아 지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사우디아라비아 수입 원유에 크게 의존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57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입했습니다.
전체 원유 수입액의 3분의 1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후티는 지난 7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선박의 이동 차단을 선언했습니다.
미국의 전 예멘 특사인 앨리슨 마이너에 따르면 그 이후로 최소 7척의 사우디아라비아 선박이 후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격화하는 가운데 홍해 북쪽인 수에즈 운하로 우회하는 길의 안전도 완전히 확보된 상황도 아닙니다.
지난달 말, 사우디 유조선이 홍해 중부 해역에서 공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후티가 예멘 바로 앞 바브엘만데브 해협 근처뿐 아니라 홍해 깊숙한 지역까지 원거리 공격 무기로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NYT는 "오랫동안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제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또 다른 시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후티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수출 방해 행위를 이란의 대미 전쟁 수행 전략과 긴밀히 연결 지어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NYT는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한 공격은 결국 세계 공급망에 압력을 가하려는 이란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짚었습니다.
중동 전문가인 런던정치경제대학교 파와즈 게르게스 교수는 "후티의 행위로 이란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익을 얻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후티)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세계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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