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06 "동물 국회"
02:12 "꼼수 경쟁"
03:25 "겸임 논란"
04:34 "남은 물음들"
오늘 <AFTER 8NEWS>는 7년여 전인 2019년 4월 27일 국회 풍경으로 시작하겠습니다.
1. "동물 국회"
이 장면, 기억하시나요? 욕설에 멱살 잡이에 거친 몸싸움까지.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쑥 들어갔던, '동물 국회'란 단어가 다시 나왔던 날입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200여 명이 국회 안에서 뒤엉켜 싸우고, 밤샘 싸움에 지친 사람들이 잇달아 넘어지거나 실신하기도 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문 열려고 속칭 '빠루'라 부르는 쇠 지렛대까지 등장했습니다.
[땅!땅!]
지금도 정치권에서 '빠루'는 당시 사태를 상징하는 용어가 됐습니다.
[심상정 / 당시 정의당 의원 및 정치개혁특위위원장 (2019년 4월) : 무법천지를 만드는 제1야당 원내대표! 나경원 대표 앞으로 나오세요!]
[나경원 /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9년 4월) : 국회법 제대로 지켜! 무슨 할 말이 있어! 민주당 2중대 조용히 해!]
이날의 극한 대치,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4개 소수 정당들이 추진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었습니다. 2019년 4월이면, 총선을 딱 1년 앞둔 시점인데, 국회의원 뽑는 룰을 바꾸자는 의미였죠. 제도가 좀 복잡하긴 한데, 국회의원 뽑을 때 지역구 의원 뽑고, 정당 보고 비례대표 뽑잖아요? 그런데 지역구에 당선된 사람이 많은 정당일수록, 비례대표 의석수를 적게 받게 연동하는 구조로 바꾸자는 거였습니다. 지역구는 보통 거대 정당이 많이 가져가니까, 작은 정당에 비례로라도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국민의힘 전신인 옛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말이 소수정당 배려지 다들 같은 편 아니냐, 받아들일 수 없다, 격하게 반대하면서 이 난리가 났던 겁니다. 결국, 그해 연말, 이 같은 총선 룰 변화를 담은 법안은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4개 소수 정당이 힘을 합쳐 통과됐습니다. 당시에도 국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문희상 / 당시 국회의장 (2019년 12월 27일) : 문희상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요새 죽습니다. 이미 죽었어요. 허깨비만 남고 알맹이 다 없어졌어요.]
2. "꼼수 경쟁"
바뀐 제도 핵심만 다시 말씀 드리면, 지역구 의원 많이 뽑힐수록,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드는 서로 연동하는 구조라고 했잖아요? 급기야 위성 정당이라는 편법이 동원됩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선제적으로 위성 정당을 만들죠. 지역구 후보만 내고, 위성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식이죠. 법률상 별개 정당이니까,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의석수가 서로 연동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선거 끝나면, 두 당이 합쳐버리는 식이죠. 민주당은 강하게 비난했는데, 이거 가만 보니까, 이러다가 의석수 많이 줄 것 같은 거예요. 비판을 뒤집고 마찬가지로 위성정당 같은 걸 급조합니다. 다만, 국민의힘과 똑같으면 좀 그러니까, 소수 정당들과 연대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선거 끝나면, 각자 정당으로 돌아가는 식입니다. 기본소득당도 이 플랫폼에 참여했고요, 지지난 총선과 지난 총선에 비례대표 한 개 의석수를 받게 됐습니다. 두 번 다 용혜인 후보자가 비례대표로 선출되면서, 재선의원이 됐고요.
3. "겸임 논란"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용혜인 의원이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장관과 비례대표 의원직 모두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거죠. 지역구 의원은 장관으로 임명되면 둘 다 해 왔는데, 비례대표는 장관이 되면 의원직을 물러나는 게 관례였습니다. 대신 소속 정당의 비례대표 다음 순번이 승계해 왔던 거죠.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용혜인 후보자가 여러 정당이 연합해서 만든 '플랫폼'을 통해서 비례대표가 됐잖아요? 그러니까 다음 순번이 기본소득당이 아니에요. 보니까, 민주당인 겁니다. 결국, 용 후보자가 의원직에서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은 유일한 원내 의석을 잃고, 원외정당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한 해 11억 원으로 예상되는 정당 보조금도 못 받게 되고, 보좌진 월급이나 의원실 운영비, 다 끊기게 되는 거죠.
[용혜인 /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청문회 과정이 우리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청문회를 잘 준비하면서 제 생각을 잘 정리하고 또 전달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4. "남은 물음들"
결국, 위성정당 플랫폼을 통해 입성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 특수한 정치적 구조가, 겸직을 고수하게 만드는 배경이자, 주요 비판 지점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용혜인 후보자는 정당 보조금이 기생충 정당 양산하고 있다, 이거 폐지해야 한다고 기자회견까지 열었었는데, 당장, 보조금 때문에 겸직 고집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거대 양당 한 석 주는 거랑, 소수 정당 한 석 주는 거랑, 그 기회비용이 다르지 않느냐는 반박도 교차했고요. 관례 따르자니 소수 정당의 원내 지위가 소멸하고, 의석 지키자니 비례대표 겸직 논란에 직면하는, '위성정당 제도가 낳은 구조적 딜레마'가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입니다. 또 있습니다. 의원과 장관 겸직 자체가 과연 타당하느냐는 본질적인 질문도 나왔습니다. 그간 지역구 의원이라는 이유로 암묵적 용인을 해왔을 뿐, 입법부 의원이 행정부 각료를 겸하는 관행에 대한 문제 의식은 여전합니다. 지역 대표자로 뽑았는데 장관하면, 지역을 세세하게 챙기기 어렵잖아요. 그러려면 왜 뽑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죠. 결국, 이번 논란은, 용혜인 후보자 개인의 문제 뿐만 아니라, 선거제도의 폐해와 국회의원 겸직 관행의 타당성까지, 우리 정치의 낡은 룰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총선까지 남은 1년 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원 장관 겸직 관행, 이 문제를 국회에서 고민하고, 건설적인 대안까지 나온다면, 지금의 용혜인 후보자 논란, 더 나은 정치를 향한 수업료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 : 이경원,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이정주, 작가 : 김효진, 인턴 : 김정원,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장관도 의원도 포기 못 해!…'용혜인 논란' 시작은 '빠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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