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한강(왼쪽)이 7일 저녁(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체임버홀에서 낭독 공연 사회자와 대화하고 있다.
"다듬는 과정은 에너지가 필요해서 음악을 귀가 떨어질 정도로 크게 틀어놓고 듣기도 하고요. 어…또 어떤 음악을 들으면 뭔가 이 느낌의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시작 단계에서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듣기도 하고." 작가 한강은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지, 아니면 음악이 방해되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는 "어떤 장르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클래식 콘서트에 여러 번 갔고 조금 실험적인 음악을 듣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한강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는 김광석의 '나의 노래'에 얽힌 이야기는 지난해 출간한 산문집 '빛과 실'에도 실려 있습니다.
한강은 7일 저녁(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체임버홀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을 떠올리며 이 노래 가사 한 구절을 읊었습니다.
"흔들리고 넘어져도 이 세상 속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춤도 좋아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 노래가 너무 힘이 된 나머지 "내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라고 생각하면서 빙글빙글 돌면서 춤도 췄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한강은 베를린문학축제의 일부로 마련된 낭독 공연 '자츠벡셀'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클로드 드뷔시의 '신성한 춤과 세속적인 춤'이 연주된 뒤 평소 작법과 노벨문학상 뒷얘기, '빛과 실'에도 나오는 한옥집을 구하고 정원을 가꾼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자츠벡셀은 문장·악장을 뜻하는 자츠(Satz)와 바꾼다는 뜻의 벡셀(Wechsel)을 합한 조어로, 베를린필이 이번 시즌 음악과 문학을 결합해 새로 만든 실내악 프로그램입니다.
독일 배우 마르티나 게데크가 지난달 독일어로 번역 출간된 '빛과 실',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했습니다.
한강은 "사람들이 전부 카모마일 차를 사주셔서 집에 10년도 넘게 마실 카모마일 차가 쌓여 있다"고 말해 관객을 웃겼습니다.
그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뒤 스웨덴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과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신이 정치적 소재로 작품을 쓴다고 여겨지는 데 대해서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우리가 나눌 수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한다"며 "'채식주의자'는 아주 개인적인 소설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정치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역사를 다루고자 했다기보다는 내면을 타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소년이 온다'를 쓰게 됐다"며 "나는 역사를 다루는 작가가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제게는 그냥 그렇게밖에 길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강은 드뷔시 연주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뒤 "제가 연주하는 것처럼 긴장도 되고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며 "환한 빛으로 그 책('빛과 실')을 감싸보려고 했는데 그런 책을 내지 않았다면 이렇게 투명한 음악으로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낭독 공연은 모리스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관객 바르바라 슈테르나겔은 "전후 시대 정치적 주제를 명시적으로 다루는 작가들과 달리 한강은 개인적 감정이나 꿈에서 영감을 받아 주제를 찾는다는 걸 알게 돼 흥미로웠다"며 "한강은 고요한 순간들에서 사람들을 잇고 서로의 이해에 대한 희망을 주는 무언가를 본다. 인상주의자로 불리는 드뷔시와 라벨의 음악이 여기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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