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미 형성된 엘니뇨가 올해 말까지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달하고, 2027년 2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밝혔습니다.
열대 태평양의 이례적인 고수온과 엘니뇨의 영향으로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에서 가뭄과 홍수, 산불, 식량 불안, 물류 차질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과 같은 극단적 규모의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6배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다만 아직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사전논문 단계의 연구입니다.
1. "관측 이래 가장 강할 수도"…WMO, 초대형 엘니뇨 경고
세계기상기구, WMO가 현지시간 9월 3일 이미 형성된 엘니뇨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WMO 산하 전 세계 장기예보센터들의 분석 결과, 엘니뇨가 2027년 2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거의 100%로 나타났습니다. WMO가 엘니뇨·라니냐 전망에서 이처럼 확실성 높은 예측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중·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고, 이에 따라 대기 순환까지 달라지는 자연적인 기후 현상입니다.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태평양에 쌓여 있던 따뜻한 표층수가 중·동태평양으로 이동하고, 남미 연안에서는 차가운 심층수가 올라오는 용승이 약해집니다. 이 변화는 열대 태평양을 넘어 전 세계의 강수량과 기온,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칩니다.
올해 엘니뇨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습니다. WMO에 따르면 엘니뇨 감시에 널리 사용되는 니뇨 3.4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평년보다 평균 1.5도 높았습니다. 7월에는 편차가 2.0도로 커졌고,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주간 수치는 평년보다 약 2.2도에서 2.6도 높았습니다. 바다 표면 아래의 열기도 더 강합니다. 7월과 8월 초 일부 해역에서는 수중 온도가 평년보다 8도 이상 높게 관측됐습니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제네바 기자회견에서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관측을 시작한 뒤 경험한 어떤 엘니뇨보다 강해질 수 있다"며 "말 그대로 기존 차트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이번 엘니뇨는 1950년 이후 관측된 사례 가운데 가장 강한 등급에 속하는 네 차례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WMO는 엘니뇨가 올해 말 매우 강한 수준으로 정점에 도달하고, 기후 영향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우리 눈앞에서 초대형화되고 있다"며 "지구는 미지의 바다에 들어섰고, 그 바다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엘니뇨의 강도가 세다고 해서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같은 형태와 강도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WMO는 각 지역의 기후가 인도양과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등 다른 요인의 영향도 함께 받는 만큼, 국가별 기상기관이 발표하는 지역 전망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 산불에서 운하 통제까지…커지는 경제·물류 위험
엘니뇨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기후 현상이며 기후변화가 직접 만들어낸 현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뜨거워진 지구와 바다 위에서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극한기상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 영향과 부합하는 고온과 가뭄, 강수량 변동이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개별 산불이나 태풍, 홍수의 원인을 엘니뇨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 피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산림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산불 피해 면적은 약 20만 2천 헥타르에 달했습니다. 1월부터 6월까지 집계된 약 10만 7천 헥타르에서 7월 한 달 사이 피해 면적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겁니다. 산불 상당수는 개인이나 기업이 토지를 개간하기 위해 고의로 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엘니뇨로 인한 건조한 날씨가 불길의 확산과 진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8월 강수량이 장기평균보다 16% 적었습니다. 인도 기상당국은 9월 강수량도 평년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전체 몬순 강수량이 평년보다 약 15% 적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강수량 부족이 계속되면 목화와 대두, 옥수수, 콩류 등 여름철에 파종한 작물뿐 아니라 밀과 유채 등 겨울 작물의 파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페루에서는 연안 수온 상승으로 주요 수출 자원인 멸치가 더 깊은 바다로 이동하고 치어 비율이 높아지면서 조업 중단과 어획량 감소가 이어졌습니다. 멸치는 어분과 어유의 주요 원료이기 때문에 페루의 어획량 감소는 세계 사료와 양식업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8월 태풍 돌핀으로 100만 명 이상이 대피했습니다. 다만 태풍의 발생과 이동에는 여러 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번 태풍을 엘니뇨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세계 물류의 요충지인 파나마 운하도 통항 제한에 들어갔습니다. 파나마 운하청은 9월 4일부터 하루 통과 선박 수를 기존 36척에서 34척으로 줄이고, 9월 15일부터는 32척으로 추가 축소합니다. 최종적으로 기존보다 약 11% 줄어드는 셈입니다. 파나마 운하 유역의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강수량은 평년보다 34% 적었고, 유역으로 유입된 물은 44% 감소했습니다. 운하청은 엘니뇨가 예상보다 길고 강하게 이어지면 운하 수위와 주변 지역의 식수 공급에도 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3. 4,900만 명 추가 식량불안 우려…해양 생태계에도 경고등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는 이번 엘니뇨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의 식량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WFP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엘니뇨의 영향으로 2027년 말까지 최소 4,900만 명이 추가로 급성 식량불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 5천만 명이 새롭게 심각한 기아 상태에 빠졌다는 뜻이 아니라, 향후 가뭄과 홍수, 폭염에 따른 수확 감소로 식량을 안정적으로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분석 대상은 이미 식량 사정이 불안하고 엘니뇨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45개국입니다. 이들 국가의 급성 식량불안 인구는 현재 약 2억 2,500만 명에서 약 2억 7,400만 명으로 22%가량 증가할 수 있습니다. 중앙아메리카와 남부 아프리카에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며, 동아프리카와 남아시아·동남아시아에서도 상당한 영향이 우려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약 820만 명이 추가로 급성 식량불안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WMO는 2026년 9월부터 11월까지 거의 모든 육상 지역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엘니뇨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대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 남미 북부에서는 건조한 날씨의 가능성이 커지고, 동아프리카와 남미 남부, 미국 남부 일부에서는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광범위한 계절 전망으로, 특정 도시나 국가에서 실제 가뭄 또는 홍수가 발생한다는 확정적인 예보는 아닙니다.
호주 주변 해역에서도 해양 열파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호주 기상청은 지난 8월 말 태즈메이니아 동부와 남부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2∼3도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해양 열파가 강해지면 어류 집단 폐사와 산호 백화, 유해 조류 대발생, 어획량 감소 등 해양 생태계와 수산업 전반의 피해 위험이 커집니다. 다만 현재 호주에서 확인된 조류독감 확산을 해양 열파나 엘니뇨의 직접적인 결과로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4. 기후변화가 키운 극단적 엘니뇨…예측을 조기 대응으로
엘니뇨는 보통 2년에서 7년 주기로 발생하고 약 9개월에서 12개월 동안 지속됩니다. 일반적으로 3월에서 6월 사이 발달하기 시작해 11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 가장 강해집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2026년 8월 30일 기준 상대 니뇨 3.4 지수는 평년보다 2.45도 높은 상태입니다. 호주 기상청이 사용하는 엘니뇨 기준인 0.8도를 크게 웃돕니다. 모든 예측 모델은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앞으로 더 높아지고, 신뢰할 만한 관측이 시작된 195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멜버른대 연구진은 최근 공개한 사전논문에서 이번과 같은 규모의 극단적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산업화 이전보다 현재 기후에서 약 6배 높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기후모델을 이용해 산업화 이전과 현재의 기후 조건을 비교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아직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사전논문이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이번 엘니뇨를 6배 강하게 만들었다"거나 "엘니뇨 자체의 발생 가능성을 6배 높였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정확하게는 이번에 예측된 것과 같은 극단적인 강도의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이 약 6배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WMO는 각국 기상기관과 함께 조기 경보와 재난 대비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WFP도 남수단과 차드, 모리타니, 우간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에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 선제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WFP는 과거 사례를 토대로 재난 전 선제 대응에 1달러를 투입하면 사후 피해와 구호 비용 3∼7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19일 병원선 USNS 컴포트를 2027년 2월 페루 북부 태평양 연안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페루는 장비와 전문인력 지원, 정찰비행 등을 포함해 엘니뇨 피해를 예방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엘니뇨의 영향은 바닷물 온도가 정점에서 내려간 뒤에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다에 축적된 열이 대기로 전달되면서 엘니뇨가 발달한 이듬해 지구 평균기온을 일시적으로 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2024년 엘니뇨 역시 2024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WMO 관계자는 이번 엘니뇨 이후 나타날 일시적인 기온 상승 효과를 고려하면 2027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는 정량적인 확률을 제시한 공식 연평균기온 예보가 아니라 현재 엘니뇨의 강도를 바탕으로 제시한 가능성입니다. 사울로 사무총장은 "이례적인 엘니뇨에는 이례적인 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며 "우리에게는 잃을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도 엘니뇨가 국내 날씨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농산물과 수산물, 사료 원료의 국제가격 변동과 특정 해상 운송로의 차질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파나마 운하 제한이 한국의 전체 물류비를 곧바로 끌어올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는 운하 제한 자체보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작황 악화, 페루의 어분 생산 감소, 국제 곡물·원자재 가격 변동이 더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Deep Dive Q&A
Q1. 과거 엘니뇨와 비교해 이번 엘니뇨가 특히 위험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발달 속도와 해수면·수중 온도 상승 폭이 모두 이례적이기 때문입니다. 니뇨 3.4 해역의 주간 해수면 온도 편차는 이미 평년보다 2.2∼2.6도 높아졌고, 일부 해역의 수중 온도는 평년보다 8도 이상 높았습니다. 예측 모델들은 올해 말 이번 엘니뇨가 1950년 이후 가장 강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기적인 지구온난화로 대기와 바다의 기본 온도 자체가 높아진 점도 극한기상의 피해 위험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다만 강한 엘니뇨가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심각한 재난을 일으킨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해의 형태와 강도는 계절과 지역, 인도양·대서양 수온 등 다른 기후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Q2. 파나마 운하 통제와 농수산물 생산 차질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A2. 파나마 운하 통항 제한은 미국 동부와 걸프만을 오가는 일부 곡물·에너지·컨테이너 화물의 운송시간과 비용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행 화물 전체가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 물류비에 미치는 영향은 품목과 출발지, 대체 항로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 경제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작황 악화에 따른 곡물·설탕·유지류 가격 상승과 페루 멸치 어획량 감소에 따른 어분·사료 가격 상승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격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면 가공식품과 축산물, 외식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