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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7년 만에 마주한 실물에 '소름'…수사관들 빤히 바라보더니

[AFTER 8NEWS] 7년 만에 마주한 실물에 '소름'…수사관들 빤히 바라보더니
서울 영등포구 한 주택가 검찰 수사관들이 동태를 살피고 잠시 뒤 한 남성이 수사관들이 지나간 곳을 빤히 쳐다봅니다. 남성이 사라지자, 수사관들이 달려갑니다. 무려 6천 5백억 원대 벌금을 내지 않고 잠적했던 50대 남성 A씨의 도주극이 7년 만에 막을 내리는 순간입니다. 숨가빴던 추격전의 뒷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1. 역대 벌금 최고액, 그리고 이어진 반전
A 씨는 한 국제 금괴밀수 조직의 운반 총책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한국과 일본 홍콩을 오가면서 무려 200여 차례에 걸쳐 1kg짜리 금괴 4만여 개를 밀반입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 일당이 거둔 시세차익은 4백억 원 정도로 조사됐는데, 2019년 1심 재판부,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함께 1조 3천억 원대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금괴 원가를 기준으로 벌금을 책정하면서 천문학적 액수가 정해진 겁니다. 단일 사건 기준 최고 액수 벌금이라서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조장현 / 당시 부산지법 공보판사 (2019년 1월 15일 SBS '8뉴스') : 무료 일본 여행을 시켜주겠다는 등의 유혹으로 일반 시민을 이용해서 범행을 적극적이고 장기간 이어왔기 때문에 죄질이 불량하다고….]

여기까지가 그간 알려진 내용입니다 그 뒤 반전이 있었는데요. 1심 선고 반 년 뒤에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이 되면서 A 씨가 풀려난 겁니다. 2심 재판부는 "죄책은 무겁다", 하지만 "천문학적 벌금형이 이들의 가담 경위와 범행 이익을 아는 국민의 법 감정 등에 맞는지는 의문"이라며 A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6,623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내야 할 벌금이 절반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액 수준, A 씨 선택은 도주였습니다. 석방 직후 자취를 감춘 A 씨는 이후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도피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2. 유령처럼 사라진 A 씨  
그럼 벌금 안 내고 사라진 동안 공권력은 손 놓고 있었을까. 2020년 1월 형이 확정된 A 씨에게 검찰이 재산정 절차를 거쳐서 최종 부과한 벌금은 총 6,537억 원이었습니다. 납부기한이 지나자 지명수배와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부랴부랴 A씨 뒤를 쫓았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단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염철진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A 씨는 사실 단서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상 유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벌금 미납자 추적은 형이 확정된 뒤 집행하는 단계에서의 일이라서, 범죄 수사 단계에서 허용되는 여러 장치와 기법을 쓰기가 어렵고, 때문에 실시간 위치 추적 등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단 게 현장의 목소립니다.

[염철진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형 집행 단계에서는 그러한 (압수·계좌 등) 영장이 허용이 되지 않고 있고요. 휴대전화를 의도적으로 숨긴다고 한다면, 통신영장으로도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거든요. 결국은 수사관들이 직접 밤낮없이 몸으로 뛰는 수밖에….]

담당자가 여러 차례 바뀌는 사이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3. 필사의 추적 끝에 잡고 보니 "벌금 못 내, 노역하겠다"
국면이 달라진 건 지난 7월 무렵이었습니다. 수사권 폐지를 비롯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검찰 조직이 남아 있을 때 최고액 미납자부터 우선 잡잔 목표 아래, A 씨 기록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겁니다.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에는) 검찰 수사관이 더 이상 형 집행 업무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10월 안에 A 씨를 포함해서 그동안 장기 미제 사건을 처리해야 된다고….]

유령처럼 사라졌단 A 씨, 검찰은 그 주변인들에게 주목했습니다. 마음먹고 숨어버린 A 씨에게 분명 조력자가 있을 거라고 의심을 한 건데, 우여곡절 끝에 단서가 나왔습니다.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 일대를 A 씨 지인들이 이상할 정도로 자주 찾는단 사실을 포착한 겁니다.

[염철진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조력자로) 유력한 사람들을 저희가 선별을 해서, 금괴 밀수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종로구에 있는 금은방 거리를 많이 간다면 그건 이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지난한 탐문을 거쳐 지인들이 모인 종로 한 카페에서 A 씨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바로 알았습니다, A 씨라는 것을. 너무 소름이 사실 돋았습니다. 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저희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최초로 저희가 그 모습을, 실물을 보니까….]

역추적이 시작됐습니다. 대중교통을 타더니

[전화를 하는데?]

A 씨가 도착한 곳, 영등포구 은신처가 마침내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21일 체포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수사관이 은신처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가더니 급히 빠져나오고 곧이어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A 씨입니다.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인기척을 들으려고 갔는데, 현관 센서등이 켜지면서 갑자기 통화 소리가 뚝 끊기는 겁니다. 눈치챌 수 있다고 생각하고 황급히 골목 밖으로 나왔고요.]

수사관들을 빤히 바라보던 A 씨, 등을 돌리고 사라지자마자 수사관들이 전력질주하고,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멀리서 그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고요. 문을 닫고 잠그려는 순간에 저희가 문을 당겨서….]

수갑을 채우면서 7년 만의 도피 생활은 끝났습니다.

[A 씨 (지난달 21일 검거 당시) : (아시잖아요. 벌금액도 상당하시고 금괴 관련한 것도 있고 해서 .) 네. (옛날부터 저희랑, 오래 됐잖아요.) 네. ]

아니나 다를까, A씨는 공기계를 포함해서 휴대전화 여러 대를 돌려 쓰고 외국인 명의로 텔레그램 메신저를 사용하는 등 수법으로 추적을 피해온 걸로 드러났습니다.

[염철진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휴대전화를 사용 목적별로 다 달리해서 세 대를 갖고 있었고요. 일본인 명의를 빌려서 텔레그램에 접속하고 있었고….]

A 씨는 도망자라곤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CCTV 영상만 봐도 평온한 표정으로 담소를 주고받는가 하면 이웃 주민과도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주민 : 전화 통화를 계속 많이 하시던데, 돈 이야기도 있었고.]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정말 의외였던 게 마스크도 전혀 쓰고 있지 않았고, 뭐라도 본인이 스스로를 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거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검거 직후 순순히 고의적으로 숨어지내왔다고 인정했다는 A 씨. 그러면서도 이런 질문을 계속 던졌다고 합니다.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벌금 시효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집행해도 되느냐'고 계속 묻더라고요, 검찰청으로 데려오는 내내. 시효가 끝나기만 기다렸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벌금 미납자의 기본 시효 5년이 지났단 주장인데, 검찰이 이걸 2029년 1월까지로 연장한 상태였거든요. 이런 사실을 알자 이번엔
벌금 낼 재산이 없다면서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본인 재산이 전부 추징당해서 재산이 하나도 없다, 나는 벌금 납부할 수가 없다, 노역을 하겠다라고….]

A 씨는 결국 다시 철창 신세가 됐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점이 나옵니다.

4. 어렵게 붙잡아도 '황제 노역'하면 그만?
벌금 납부 거부자는 법원이 정한 기간만큼 교도소 노역장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벌금액수와 상관없이 3년까지만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정해져 있단 겁니다. A 씨가 안 낸 벌금, 6,537억 원이라고 했죠. 이런저런 거 다 계산하고 A 씨 노역장 유치 기간 따져보니까 2년 8개월 정도가 나옵니다. 그 기간만 버티면 6,537억 원이 모두 탕감되는 겁니다. 일당 6억 6천만 원 수준입니다. 어렵게 붙잡아도 황제노역하면 그만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좀 허탈하긴 했습니다. 매달 200억 원의 벌금을 탕감받게 되는 꼴 입니다. 노역장 유치 제도의 본래 취지는 벌금 납부가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제가 알고 있는데, 고액 벌금을 탕감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올 7월 기준 검찰이 파악한 전국 벌금 미납액은 5조 5천억 원에 육박합니다. A 씨 혼자 10% 정도를 차지하거든요. 뒤집어서 말하면 찾아야 할 벌금 90%가 남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벌금을 추적, 환수하는 게 형 집행 업무를 맡아온 검찰과, 앞으로 출범할 공소청이 풀어야할 주요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물론, 마냥 기대만 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염철진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2026년에 서부지검의 전체 벌금 (미납) 건수가 1600건입니다. 주력 담당 수사관은 2명밖에 없습니다. 다 해결할 수가 없거든요.]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검거 현장에 나가보면 매우 다양한 일들이 많은데 사실 되게 위험한 일도 많고요. 인력 증원과 수사 장비 확충은 반드시 필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검찰청은 SBS에 재산형집행 인력 증원과 교육 확대를 통한 역량 강화, 재산 추적 관련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5. SBS 보도 이후? 
보도 이후 검찰 홍보 영상 같다, 이런 반응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사실 현직 검찰 수사관들이 이번처럼 얼굴 실명 다 공개해가면서 언론 취재에 응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검찰 조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왜 나섰을까 저도 좀 의아했는데, 취재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청이 간판 내리고 사라진다고 해서 그들이 해온, 그리고 해야할 일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벌금 미납자 추적해서 형을 집행하는 역할을 누군가는 계속해야 한다는 얘기이고, 열악한 현장에서 오롯이 몸으로 부딪히며 그걸 수행해온 공직자들 입장에선 더 늦기 전에, 간판이 뭐가 됐든, 계기가 있을 때 뭐라도 좀 변화와 개선의 물꼬를 텄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깔려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염철진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선고되더라도 집행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 어떤 사람에게도 법 집행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국민들께서도 이 업무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김학록 / 서울서부지검 집행과 : 단순히 한 사람을 검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법 집행이 잘 돼야 한다는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원칙과 책임감을 갖고….]

검찰은 공소청 개편 이후에도 엄정한 형 집행을 통한 국가 정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국가 정의를 비웃으며 숨고 붙잡혀도 배째라식으로 버티는 이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손 볼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은 아닐까, 곱씹어보게 됩니다.

(취재 : 안희재,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세경 김승태 이찬수,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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