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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라지면 '이것'부터"…제주사건이 부른 '자구책 열풍'

"가족 사라지면 '이것'부터"…제주사건이 부른 '자구책 열풍'
▲ '가족이 연락두절됐을 때 실종신고 십계명'을 정리한 게시물 캡처본

"연락이 닿았다고 하면 그 근거를 명확하게 물어볼 것."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가족이 연락 두절됐을 때 실종신고 십계명'의 8번째 수칙으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안내받았을 때 실제로 본인과 통화나 대면을 통해 안전을 확인했는지 구체적인 경위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임의 종결해 논란이 된 '제주 실종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는 실종 대처 수칙뿐 아니라 가족 이동 동선의 CCTV 위치 파악, 이사 전 관할 지구대 치안 점검 요령 등 자구책을 담은 글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찰 대응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 따른 현상이라며 실종 수사 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실종신고 십계명' 게시물이 조회수 약 160만 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해당 수칙은 ▲ 112 접수번호 및 담당관 정보 기록 ▲ 단순 '가출'이 아닌 '실종' 접수 요구 ▲ 경찰의 종결 통보 시 녹취 및 대면 근거 확인 등 신고자가 수사 과정을 직접 점검하고 증거를 남기는 요령 10가지를 담았습니다.

이를 작성한 임병수 KCI 한국탐정연맹 상임대표(15년 경력)는 통화에서 "아동과 달리 성인은 실종 관련 법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임의로 종결하는 일이 반복된다"며 "초기 골든타임을 위해서 신고자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현실을 십계명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신고 후 수동적으로 기다려선 안 된다고 조언하는 '가족 연락 두절 시 대처법 5가지'란 게시물도 조회수 17만 회를 넘겼습니다.

실종자의 마지막 통화 기록 캡처, 인상착의, 이동 동선 등 핵심 단서를 신고자가 신속히 문서화해 수사기관에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 등이 담겼습니다.

실종 사건 대응뿐 아니라 평소 거주지와 이동 경로의 치안을 스스로 검증하려는 '일상 자구책'으로도 관심이 번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 서비스 활용법입니다.

생활안전지도에서 방범·교통용 CCTV와 보안등 위치, 관리기관을 조회할 수 있어 자녀나 가족의 야간 귀갓길 동선에 CCTV와 보안등이 있는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4년 전 경찰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블라인드 게시글 '이사 갈 때 고려할 점'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관할 지구대를 방문했을 때 순찰차 수와 경찰 응대 태도로 동네 치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거주지의 치안 여건을 직접 따져보라는 것입니다.

누리꾼들은 "나에게 이런 일이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글을 저장하지만 참 황당하다",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 정도로 치안이 박살 난 거냐", "경찰을 이렇게까지 못 믿게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등 씁쓸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실종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치안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종 신고 접수부터 종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인 실종자 위치추적 및 수사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입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치안 자구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현상은 경찰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역설적으로 실종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개인적 불안을 넘어선 집단적 '모럴 패닉(도덕적 공황)'의 일부 징조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또한 "온라인에서 자구 수칙이 퍼지고 관심을 끄는 것은 그만큼 실종 사건에 대한 대중의 불안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방증이자 대책 마련 논의의 시발점"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당국 대책이 단편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곽 교수는 "지금은 세세한 지침을 하나하나 제시하거나 즉흥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식의 땜질식 처방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계절별·지역별 실종 발생 현황과 치안 수요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냉정한 실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실종 수사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사진=엑스 'gaechinso' 게시물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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