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파른 성장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을 우려, 지난달 16일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선제 대응'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상한 것은 2022년 4월∼2023년 1월 7연속 인상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곧바로 '백투백'(연속 인상)을 감행한 것은 역대 처음으로, 그만큼 긴축에 속도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속 인상 자체도 ▲ 2007년 7∼8월 2회 ▲ 2021년 11월∼2022년 1월 2회 ▲ 2022년 4월∼2023년 1월 7회 등에 이어 역대 네 번째일 정도로 이례적으로 평가됩니다.
앞서 금통위는 2024년 10월과 11월, 작년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p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작년에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과 국내 건설 경기 침체, 미국 상호관세 충격 등의 악재가 연발하면서 통화 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금통위는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가운데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면서 대내외 변수를 점검했습니다.
지난달엔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가 급반등하고 중동 상황 여파로 물가가 불안해지자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했습니다.
이어 탄탄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 금리 동결·인상 전망이 어느 때보다 팽팽했던 시장 분위기를 깨고 이날 연속 인상에 나섰습니다.
물가는 올해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전쟁 직전 배럴당 70달러 초반대에서 4월 120달러대로 치솟았다가 최근 90달러 안팎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점차 높아지더니 5월(3.1%)과 6월(3.2%) 연달아 3%대를 기록했습니다.
7월 2.8%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 수준(2.0%)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특히 한은이 중시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7월 2.6%에 달해, 2023년 12월(2.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4월 취임 이후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해왔습니다.
반면, 성장은 교역 조건 개선, 반도체 수출 호조, 내수 회복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뛴 데 이어 2분기에도 0.6%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천억 달러에 육박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날 한은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p) 상향 조정했습니다.
2021년 5월 그해 전망치를 3.0%에서 4.0%로 1.0%p 높인 뒤 최대 폭 조정입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9%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기저효과를 극복하고 높은 성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높은 성장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득 증가가 소비 여력을 키워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작년 2분기보다 15.6% 증가,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 달 15∼1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서서히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격차는 1.00%에서 0.75%p로 축소됩니다.
2022년 11월 0.75%p에서 12월 1.25%p로 확대된 후 3년 8개월 만에 격차가 최소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가 뚜렷해질지 주목됩니다.
한미 금리차 축소는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최근 한은 입장입니다.
지난 6월 초 장중 1,560원을 웃돌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환율은 최근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환율은 지난달 8일 한 달여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왔고, 이달 19일에는 1,400원을 밑돌았습니다.
24일에는 장중 1,376.5원으로 작년 9월 17일(1,375.7원)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밖에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 차주 부담 가중도 금융 안정 측면에서 향후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포괄적 가계 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2천19조 8천억 원으로, 사상 처음 2천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시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6%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16년 0.71%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p 상승할 경우 전체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1조 8천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이자 부담도 연간 1조 5천억 원 늘어납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연속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한 뒤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아직 금리 인상 사이클 중간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결정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직접 설명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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