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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온 2∼3도 오르면 양식장에 뜨거운 물 붓는 격"

"하루 수온 2∼3도 오르면 양식장에 뜨거운 물 붓는 격"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양식어류에 고수온은 사람한테 뜨거운 물을 확 붓는 거랑 똑같은 겁니다."

26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만난 김 모(56) 씨는 이마와 목덜미에 흥건한 땀을 닦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절기상 처서(處暑)가 지나 무더위가 꺾일 법도 했지만, 이날 가두리양식장 일대 기온은 34도까지 치솟았고 표피층(수심 1∼2m) 수온계는 28.8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뙤약볕 아래 가두리양식장 위에 선 김 씨는 10여 년째 이곳에서 말쥐치를 양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틀 전부터 수면으로 떠오르며 폐사하는 말쥐치를 망으로 퍼 올리는 작업을 반복하는 중입니다.

뜰채가 그물 속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비린내 섞인 물비린내가 훅 끼쳤고, 갑판에 늘어선 붉은 대야에는 폐사한 고기가 수북이 쌓였습니다.

김 씨는 지난 21일 이전만 해도 수온이 25.5도 전후여서 산소공급 장치만 한 번씩 돌렸을 뿐, 차광막조차 설치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1일부터 표피층 온도가 하루 2∼3도씩 오르며 순식간에 고수온으로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그는 "데이터상으로는 30도까지도 버틴다고 하는데, 그건 수온이 서서히 오를 때 얘기"라며 "24∼25도에서 하루 0.5도씩 조금씩 오르면 고기도 버티지만, 하루에 2∼3도씩 확 오르면 다 죽어버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수온 1도가 오르는 건 기온이 5도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며 "갑자기 2∼3도가 오르면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 씨가 24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퍼 올린 폐사량만 1천700㎏가량, 마릿수로는 약 8만 마리에 달합니다.

마리당 판매단가를 4천∼5천 원으로 잡으면 피해액은 3억∼4억 원에 이를 것으로 김 씨는 추산했습니다.

그는 뜰채로 죽은 말쥐치를 퍼 올리다 말고 손을 멈췄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마음이 아픈 정도가 아니라…(슬픔을 형언할 수 없다)"라며 뒷말을 잇지 못한 그는 한동안 그물만 내려다봤습니다.

김 씨에게 고수온 피해는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2024년 고수온으로 큰 피해를 봤지만, 지난해는 자연적으로 폐사하는 몇 마리 정도로 조용히 넘어갔다"며 "그래서 올해는 보험도 못 들어놨는데 이렇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최근 기록적 폭우로 인해 인근 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부유물이 바다로 많이 흘러든 것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그는 추측했습니다.

사룟값 부담도 이만저만 아닙니다.

평소 월 3천만 원가량 들던 사료비가 최근에는 물가 상승 등 이유로 4천만∼5천만 원으로 불었습니다.

고수온 이후 닥칠 적조 걱정까지 겹쳐 그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김 씨 양식장이 위치한 통영을 포함한 경남 남해안 전 해역은 현재 고수온 경보가 발령된 상태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수온이 28도에 도달하면 고수온 주의보를, 28도 수온이 3일 이상 지속하면 고수온 경보를 발령합니다.

올여름 경남 해역에서만 이미 조피볼락, 볼락 등 128만 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고수온으로 폐사했습니다.

끓는 바다 위에서 양식 어민들의 주름살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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