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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서 허점 드러난 중동 미 기지 무용론 커져"

"이란 전쟁서 허점 드러난 중동 미 기지 무용론 커져"
▲ 중동 내 미군 기지

이란 전쟁을 통해 중동 내 미군 기지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현지시간 23일 보도했습니다.

주로 걸프해역을 따라 설치된 이들 기지는 이란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의 사정권에 들 만큼 지리적으로 너무 가까웠고 이번 전쟁에서 그 허점이 여실히 노출됐습니다.

이란은 미군 기지의 항공기 격납고, 군수 및 레이더 인프라 등 지상 노출 시설을 타격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5함대는 바레인 본부 대신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임시 보급 거점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란 담당 국장을 지냈던 네이트 스완슨은 "이런 부지의 일부를 재건한다는 건 실익이 크지 않다"며 "(이란에서 먼) 서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올해 4월 중동 7개국에 분산된 11개 미군 기지의 피해복구 비용을 약 50억 달러, 우리 돈 약 6조 5천억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FT는 "이제 미국은 이 기지들을 재건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쓸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맞아 중동 내 군사 주둔 태세를 재검토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짚었습니다.

미군은 1990년 제1차 걸프전쟁 이후 중동 주둔을 본격화했고 이후 이란을 제외한 중동 내 주요 국가의 기지 접근권을 누렸습니다.

이란은 자국을 공격하는 데 거점 역할을 한 이들 기지에 영토를 내줬다는 이유로 이웃 중동 국가들을 공습했습니다.

안보를 보장할 줄 알았던 미군 주둔이 오히려 이란 공격의 빌미가 된 셈입니다.

존스홉킨스대의 학자 핼 브랜즈는 "중동 내 미군 시설, 특히 대형기지는 매우 취약하다"며 "앞으로 미군의 군사 배치가 페르시아만에서 멀어지는 '비중 재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의 단거리 미사일, 드론의 사정권 안에 있는 미군 기지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뜻입니다.

미군이 이란의 단거리 공습 사정권 밖으로 기지를 옮긴다고 하더라도 효과는 미지숩니다.

FT는 "자만해진 이란은 미국과 장기적 대립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만큼 미군이 이동하면 그에 맞춰 적응할 것"이라며 요르단, 이스라엘 등을 겨냥한 중거리 타격 능력에 더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 국방부의 미군 배치 모델 변화도 '안보·석유 교환' 방식으로 시작된 중동 내 주둔이 퇴색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방부는 현대전의 전투 방식을 새롭게 구상하면서 거점형 대형 고정기지 대신 미군을 표적으로 삼기 어렵게 하는 더 분산된 배치 모델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의 중동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던 데이나 스트라울은 "우리는 더 민첩하고 유연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며 "노출된 형태의 걸프 기지 설계는 현대 분쟁에 적합하지 않은 과거 유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슬람국가(IS)의 세력 축소, 시리아의 안정 등 중동 정세도 걸프 지역에 미군 자산을 늘어놓은 형태의 기지망의 효용이 줄어드는 배경입니다.

FT는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자극하거나 아랍 우방국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걸프 지역에서 주둔 규모를 줄일 것인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존스홉킨스대의 브랜즈 학자는 "미군이 무책임하게 철수한다는 인상을 불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군의 중동 주둔은 이란 이슬람혁명 직후인 1980년 1월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카터 독트린'에서 비롯됐습니다.

카터 독트린은 적대적 국가, 즉 이란이 걸프 지역을 통제하는 것을 미국이 허용하지 않으며 무력으로 이를 저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유라시아그룹의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카터 독트린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이슬람혁명이 카터 독트린을 강요했고 그것을 붕괴시킨 것은 이란과의 전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1979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정권이 흔들렸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처럼 기억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카터 대통령처럼 이란에서의 전략적 실패가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닙니다.

(사진=미 중부사령부 엑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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