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이 난 방어진 활어센터
"가을 전어 한창 팔고 추석 대목 맞아야 할 땐데, 이제 우린 어떡하나요."
23일 오전 10시쯤 울산 동구 방어진활어센터.
22일 밤 화재가 덮치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현장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습니다.
가로로 길게 늘어선 1층짜리 건물 근처로 다가서자 플라스틱 집기와 스티로폼 등이 타면서 생긴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센터 뒤편 길가에는 진화 과정에서 깨진 유리창 파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져 있어 다급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내부 상태는 더 심각했습니다.
중간 출입구를 기점으로 북서쪽 점포들은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열기를 견디지 못해 터진 배관에서는 수돗물이 뿜어져 나왔고, 상인들의 재산이자 생계 수단인 수조와 산소통도 검게 그을린 상태였습니다.
정작 상인들은 각자 피해 상황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현장 감식을 위해 폴리스라인이 설치되며 출입이 통제되면서, 상인들은 가게 내부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센터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화재 소식을 모른 채 횟감을 사러 온 방문객들은 "불이 나 영업을 안 한다"는 말을 듣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최초 신고자인 홍 모(61)씨는 "건물 중간 통로 인근에서 시작된 불길이 순식간에 지붕 위로 1.5m 넘게 치솟았다가 옆쪽으로 확산했다"며 "화학물질이 타는 듯한 악취와 검은 연기가 솟구쳐 즉시 119에 신고하고 주차된 차들을 피신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영업이 끝난 늦은 밤에 불이 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상인들이 입은 재산 피해와 정신적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이 모(60대)씨는 "나흘간 휴가를 갔다가 21일부터 정상 영업하면서 가을 전어 판매를 시작했다"며 "전어철 지나고 가을 축제까지 계획했던 데다 추석 대목도 코앞이라 다들 장사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다 허사가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또 다른 상인은 "전기 인프라를 전면 교체하고 행정 절차를 거치려면 정상화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걸로 예상한다"며 "당장 추석을 앞두고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해 상인의 가족 신 모(49)씨는 "안에 들어가지 못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불이 크게 난 쪽 점포들은 피해가 심각해 보인다"며 "화재보험이 있다고 들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업이 걸려있는 만큼 조사와 보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소방 당국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합동 감식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활어센터를 소유·운영하는 동구청도 대책 회의를 열고 피해 복구 및 지원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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