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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폭탄?"…1년 반 만에 테라스가 통째로 '뚝'

"내 집이 폭탄?"…1년 반 만에 테라스가 통째로 '뚝'
▲ 안전 보강 조치 중인 테라스 세대

지난 20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송도럭스오션SK뷰 아파트.

단지 내부로 들어서자 준공 1년 6개월 만에 외벽 테라스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사고 현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안전 통제선 너머 테라스가 있어야 할 아파트 2층 외벽 빈자리에는 임시 가림막이 처져 있었습니다.

추가 사고를 우려해 해당 동 외벽의 다른 테라스들에도 쇠기둥 형태 지지대(잭 서포트)가 설치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곳곳에 배치된 작업자들은 고소 작업차를 타고 안전 보강 조치를 이어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해당 세대에 거주자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라며 "예상치도 못한 사고가 한 번 나니 또 다른 사고가 생길까 봐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행정 당국은 최근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테라스 붕괴 사고와 관련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다만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주민들의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고는 지난 7일 오전 6시 2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럭스오션SK뷰 아파트 1개 동 2층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2층 세대 외벽의 테라스 구조물과 석재 마감재가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해당 세대가 분양되긴 했지만 입주가 이뤄지지 않았고, 주변을 지나던 주민도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일 연 주민 설명회에서 '테라스 후시공 접합부의 성능 미흡'을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사고가 난 테라스는 구조물의 한쪽 끝만 건물 슬래브(철근콘크리트 바닥 판)에 고정되고 다른 쪽은 돌출돼 떠 있는 이른바 '캔틸레버' 구조입니다.

건물을 다 올린 뒤 돌출 테라스 구조물을 나중에 이어 붙이는 후시공 과정에서 결함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캔틸레버 구조는 접합부 시공이 부실할 경우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테라스 출입문 구간의 철근 '정착 길이'(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한 콘크리트 내 철근의 매립 길이)가 부족했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접합부 철근 설계는 190㎜였지만, 실제로는 140㎜로 50㎜가량 더 짧게 시공됐다는 설명입니다.

또 사고 부위에 케미컬 앵커 접착제 주입량이 부족했던 점도 시공상 문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고 철근을 넣은 뒤 화학적 접착제로 굳혀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공법의 경우 시공 과정에 고도의 주의가 필요한데도 감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정광량 전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고 에폭시를 주입해 철근을 꽂는 방식은 후시공 중에서도 가장 철저한 주의가 필요한 방법인데 이에 대한 감리와 감독이 부실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사할 때 거푸집을 쓰기 때문에 벽을 먼저 올리고 돌출 구조물을 나중에 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기존 구조체에 발코니를 접합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여기에서의 취약점을 놓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규석 전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발코니 같은 돌출 부위를 케미컬 앵커로 시공할 때 접착력이 정확히 발휘될 수 있도록 설계하지 않으면 위험 요소가 있다"며 "철저한 디테일 검토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돌출 부위는 본체 슬래브를 타설할 때 일체형으로 시공하는 등의 방식도 있다"며 "전단력(구조물에 작용하는 힘)이 크고 위험한 부분을 케미컬 앵커를 이용한 후시공 방식으로 처리한 것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테라스 세대는 분양 당시 '서해 오션뷰' 전망을 내세운 특화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단지 내에 이 같은 돌출형 테라스가 적용된 곳은 모두 24세대입니다.

그러나 비싼 분양가를 치르고 입주한 공간에서 되레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추가 사고를 우려하는 입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시공사가 진행했던 설명회장에는 '우리 집이 폭탄인가', '반 친구들이 집 무너진다고 안 오겠대' 등 주민들이 직접 만든 플래카드들이 등장해 이번 사고를 향한 분노를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입주민 비대위 관계자는 "테라스가 다수 설계돼 있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며 "사고 이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전월세 세입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등 혼란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3월 입주를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5만7천296건의 하자 민원이 접수돼 시공 전반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입주민 비대위는 SK에코플랜트에 이주 희망 세대에 대한 분양가 환불과 거주 희망 세대를 위한 외벽·테라스 전면 재시공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추후 추진될 정밀구조안전진단의 경우 비대위가 직접 업체를 선정하고, 비용은 SK에코플랜트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진 상태입니다.

사측은 감리 업체를 형사 고발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행정 당국도 본격적인 사태 수습과 원인 규명에 돌입했습니다.

인천시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꾸리고 정밀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오는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설계·시공·감리·인허가 등 건설 과정 전반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현장에서는 테라스 세대들에 대한 안전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추후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히고 비슷한 돌출형 구조물에 대해서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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