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와 인접한 독산근린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머리가 띵할 정도로 독한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아파트 6층까지 올라와요."
지난 19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A아파트 주민 이 모(60) 씨는 인근 독산근린공원 내 인조잔디 축구장에서 풍기는 냄새가 매우 역하다며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축구장과 불과 150m 거리에 있는 이 아파트 주민들은 매년 여름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 때마다 악취 탓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해당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는 축구장은 가로 91m, 세로 56m 규모입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던 이날 오전 10시, 축구장 펜스 가까이 다가가자 실제로 고무가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가까운 쪽은 열에 달궈진 고무 냄새가 유독 심했습니다.
축구장 내부를 살펴보니 알갱이 형태의 고무 충전재가 인조잔디 가장자리를 따라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일부는 펜스 바깥 벤치 아래까지 빠져나와 있었습니다.
햇볕에 달궈진 이 고무 충전재가 코를 톡 쏘는 듯한 자극적인 냄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축구장 안에서도 곳곳에 고무 충전재가 눈으로 확인됐습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6월 축구장과 인접한 4개 동 주민 363명의 서명을 받아 금천구청에 주민친화형 녹지공원 조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주민들은 인조잔디 악취뿐 아니라 수년 전부터 누적된 축구장 이용자들의 소음과 무단 흡연, 미세 분진 문제 해결도 함께 촉구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노후화된 인조 잔디의 마모된 고무에서 나오는 냄새와 분진이 날린다는 민원이 산발적으로 접수됐다"며 "3~4년 전부터 나오던 개별 민원을 모아 이번에 정식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의 목표는 축구장을 철거하고 쾌적한 녹지공간으로 재조성하는 것이지만, 당장 어렵다면 유해 물질이 적은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는 등 최소한 대책이라도 마련돼야 한다"며 "동대표 회의를 거쳐 2천300여 세대 전체 서명 운동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천구청에 따르면 해당 인조잔디 축구장은 2014년 처음 조성된 뒤 2021년 재시공을 거쳐 현재 5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후화된 인조잔디가 고온에 방치될 경우 화학물질이 공기 중으로 휘발돼 어린이와 노약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야외 공간이라도 바람이 불지 않고 고온인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화학물질이 계속 공기 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어린이나 노약자, 알레르기 질환자 등 민감군에게는 기존 질병을 악화시키는 등 건강상 나쁜 영향을 줄 확률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천구청 측은 아파트 주민과 축구장 이용자 의견,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조잔디 구장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천구천 관계자는 "인조 잔디 및 충진재는 설치 당시 한국산업표준 시험기준을 충족했고 유해물질 시험 결과 '검출 안 됨'으로 판정된 제품"이라면서도 "향후 예산을 확보해 시설 정비 시 친환경 충진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축구장 폐지 및 녹지공원 전환, 방음벽 설치 등 요구에 대해서는 "이용 수요와 사업 효과, 소요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