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합의 없이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한 일을 두고 법원 내부에선 대체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와 사법부 간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됩니다.
오늘(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직 법관들은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후 후임 자리가 5개월째 공석인 가운데 내달 이흥구 대법관마저 퇴임해 더는 제청을 미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수도권 법원 판사는 "이번 제청은 명분도, 타이밍도 갖췄다고 본다"며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 대법원장은 국민을 바라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판사도 "대법원장의 제청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헌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지만, 양측이 반드시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짚었습니다.
이들은 특히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청와대에서 거절했다는 전날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의 설명이 맞는다면 더더욱 현시점에서 제청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57·24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자질을 놓고 본다면 임명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판사는 "후보자에게 윤리적인 논란 등이 있다면 이를 이유로 내칠 수 있겠지만 이번에 제청된 이들에겐 그런 문제가 없다"며 "청와대에서 임명을 거부한다 해도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판사들은 이번 사태로 빚어진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 국면이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 같다는 우려를 공통으로 표했습니다.
여권에서 대통령 임명권 침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 역시 제청을 철회하는 등 뜻을 굽히진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판사는 "대법관 증원 등 대대적 개혁을 앞두고 대법원장과 대통령 간 긴장 관계가 이어지는 상황이 걱정된다"며 "조기에 누그러질 것 같지 않아서 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판사는 "민주화 이후 대법원이 후보자를 단수 제청하는 전통이 생긴 이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제청된 후보들도 '양쪽에 낀' 상황이 난처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여권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 탄핵까지 거론하지만, 이번 일이 법리적으로 탄핵 사유가 되진 않는다는 게 판사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당장 내달 16∼19일 서울에서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조기 탄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은 냉정을 되찾고 헌법이 정한 대로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심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한 원로 법관은 "지금 서로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같다" "대법원장이 후보를 제청했으니 이젠 '국회의 시간'으로, 국회가 자질을 엄격히 심사해 부결하면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동의하면 임명하면 될 일"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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