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교통사고 피의자에게 합의를 권유하는 등 선처해 준 대가로 회식비와 양주를 요구한 경찰 간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뇌물 요구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경감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오늘(20일) 밝혔습니다.
A 경감은 지난해 5월 자신이 배당받은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건 피의자 B 씨에게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권유하고 회식비 30만 원과 5만 2천 원 상당의 양주 1병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B 씨는 이후 실제로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A 경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죄를 제외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만 그를 입건했습니다.
B 씨는 지난해 4월 25일 오전 0시 20분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연수구까지 5km를 혈중알코올농도 0.114%의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후 A 경감은 피의자신문을 받고자 출석한 B 씨에게 "조사는 잘 끝났고 조만간 회식을 할 건데 회식비라도 지원해 주면 좋겠다"며 "회식 날 경찰서로 현금 30만 원을 가지고 와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서 올 때 마트에서 양주 한 병 부탁해요"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B 씨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A 경감은 조기 합의 직후 택시 승객 등 피해자들의 진술은 듣지 않고 B 씨만 면담한 뒤 단순 음주운전죄로 입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A 경감은 B 씨에게 금품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없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경감이 범죄 수사라는 경찰공무원의 전형적 직무와 관련해 B 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아무런 친분이 없던 A 경감으로부터 이 같은 요구를 받은 B 씨조차 조사 과정에서 "뇌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A 경감에게 거절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이 피의자에게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은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커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교통조사 업무를 맡은 몇 년간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면서도 "초범이고 장기간 경찰로 복무하며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수수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편 A 경감은 이 사건으로 올해 초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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