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 복구한 통영 봉숫골 벚꽃길
"폭우가 쏟아지는데 도로 위 아스콘 표층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그 밑에 묻혀 있던 관로까지 훤히 드러나 버렸어요.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는데 인명 피해가 안 난 것만 해도 천만다행입니다."
오늘(19일) 경남 통영시 봉평동 '봉숫골 벚꽃길' 인근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로 근무하는 장 모(63) 씨는 이틀 전 겪은 극한호우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봄이면 벚꽃 터널로 상춘객을 맞이하던 왕복 2차선 도로는 불과 이틀 전 내린 기록적인 폭우의 처참함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습니다.
봄철이면 상춘객으로 붐비던 600m 봉숫골 벚꽃길 도로는 급류로 파였고, 이 구간을 흙과 자갈로 메우는 긴급 보수 작업으로 응급조치한 상태였습니다.
지난 17일 통영 일대에 쏟아진 호우 당시 봉숫골 도로는 위쪽 용화저수지가 흘러넘친 데다 하천으로 향하는 배수구가 나뭇가지 등으로 막히면서 급류천으로 변했습니다.
경사로를 타고 내려온 물살과 지하에서 차오른 수압을 견디지 못해 아스팔트 포장은 종잇장처럼 뜯겨 나갔습니다.
도로 바닥은 깊이 1m가량 파여 깊은 고랑이 생겼고, 지하에 묻혀 있던 관로가 외부로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쏟아져 나온 아스팔트 잔해만 덤프트럭 7대 분량에 달했습니다.
복구를 마친 뒤 차량 통행은 일단 재개됐지만, 길가와 주변 골목에는 당시 수마가 남긴 참혹한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장 씨는 "차는 일단 다닐 수 있게 흙으로 메워뒀지만, 비가 한 번 더 오면 이 흙마저 다시 다 쓸려 내려갈 판"이라며 "임시 보수만으로는 안 되고 도로 하부 배수 시설부터 아스팔트 재포장까지 전면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장 씨의 말처럼 길 가장자리에는 거센 물살에 뜯겨 나간 거대한 아스팔트 포장 덩어리들이 바위처럼 흉물스럽게 쌓여 있었습니다.
붉은색 안전 고깔인 라바콘과 안전띠가 둘러진 채 위태롭게 방치된 잔해물들은 당시 아스콘 표층을 통째로 들어 올렸던 급류의 위력을 실감케 했습니다.
인근 '화가 전혁림 거리' 표석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보도블록은 거센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울퉁불퉁 솟구치거나 주저앉았고, 중앙선 노란 실선이 선명히 박힌 아스팔트 조각이 인도 위로 밀려 올라와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골목 안쪽 주택가에는 물에 젖어 훼손된 수백 장의 종이상자 등 침수 폐기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 모 씨는 "가게 앞 도로가 순식간에 강으로 변하더니 흙탕물이 문 앞까지 찰랑거렸다"며 "평생 여기서 장사하면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 또 비가 쏟아지면 어쩌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통영시가 통행 재개를 위한 응급 복구를 서둘렀으나, 지하 배관 점검과 아스팔트 재포장 등 항구적 복구가 완료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시 관계자는 "통행 재개를 위한 도로 노면 응급 복구와 파손된 상하수도 관로 긴급 보수는 마친 상태"라며 "피해 구역에 대한 정밀 진단을 거쳐 항구 복구 계획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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