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가에 버리고 간 쓰레기
"뜨거운 여름밤의 추억 뒤에 남겨진 것은 피서객의 불법 행위와 무질서뿐, 지켜야 할 선은 지키면서 피서를 즐겼으면 합니다."
피서철이 막바지로 접어든 오늘(19일) 아침 강원 속초 해수욕장은 한낮의 북적이는 모습과 달리 한산했습니다.
파도 소리 사이로 산책하는 시민과 피서객들이 눈에 띈 가운데 밤새 이곳을 이용한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해수욕장 인근 백사장과 송림에는 음료수병과 일회용 컵, 과자 봉지 등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새벽 시간 누군가 먹고 마신 뒤 그대로 두고 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구간은 비교적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갈수록 밤새 누군가 머물다 간 흔적이 하나둘 나타났습니다.
"아침마다 보면 밤에 사람들이 뭘 했는지 알 수 있어요.
" 이른 아침 해변을 걷던 한 시민은 백사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낮에는 관리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피서객도 많으니까 이런 일이 잘 안 보인다"며 "사람들이 빠져나간 밤이나 새벽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속초 해수욕장 일원에서는 피서철을 맞아 각종 불법·무질서 행위가 쉽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백사장 쓰레기 불법 투기입니다.
피서객이 집중되는 낮에는 쓰레기 수거와 정비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지만, 밤새 버려진 쓰레기는 다음 날 새벽까지 해변 인근 곳곳에 남아 해수욕장 풍경을 흐리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구간이나 시설물 주변에서는 이용객들이 먹고 마신 뒤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간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쉽게 발견됩니다.
쓰레기통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백사장에 그대로 버려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시민은 "조금만 걸어가면 쓰레기통이 있는데 굳이 모래 위에 버리고 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자기가 놀다 간 자리는 최소한 치우고 가는 게 기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제는 쓰레기만이 아닙니다.
이달 초 속초 해수욕장 인근 송림에서는 일부 피서객이 텐트와 돗자리를 설치해놓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소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거나 텐트를 설치한 채 머무르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불법 행위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송림 곳곳에 걸려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단속원이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단속을 하지만, 이 외 시간에는 단속이 취약할 수 있습니다.
낮에는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눈에 쉽게 띄지만, 밤이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지난 주말 아침에는 해변에 마련된 무대 시설 안에서 야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무대 시설은 피서객들이 공연이나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으로 야영 등 행위는 금지돼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가 이곳을 숙박 공간처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해변을 산책한다는 한 시민은 "밤에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놀다가 가기도 하고,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펴놓는 경우도 있다"며 "아침이 되면 치우는 사람도 있지만 그대로 두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수욕장 운영 기간 안전사고 예방과 질서 유지 등을 위해 관리 인력이 배치되지만, 넓은 해변 전체를 24시간 촘촘하게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피서객이 빠져나간 늦은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는 낮과 비교해 현장 관리의 공백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 틈을 이용해 일부 피서객들이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거나 야영하고, 먹고 마신 뒤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가는 행위가 반복되는 셈입니다.
한 시민은 "속초 해수욕장은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은데 아침에 이런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며 "쓰레기 하나 버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그게 쌓이면 해변 전체가 지저분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관광객이 많은 만큼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지만 지켜야 할 선은 지켜야 한다"며 "특히 밤에 몰래 텐트를 치거나 시설물을 숙박 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피서객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외에도 속초와 강릉 경포 등에서는 폭죽놀이와 같이 다른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해수욕장 개장 이후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역 상권에도 활기가 돌지만, 이용객 증가와 함께 쓰레기 투기와 야간 무질서 행위 등 관리해야 할 문제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불법·무질서 행위 상당수가 관리 인력이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낮이 아니라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관리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낮에는 질서정연했던 해변이 밤새 이용객들의 놀이터가 되고, 아침이 되면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버리고 간 일회용 컵 하나, 모래 위에 펼쳐진 돗자리 하나, 소나무 사이에 설치된 텐트 하나가 쌓이면서 피서객 모두가 함께 이용해야 할 해변의 질서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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