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백인천 전 감독 빈소
재일교포인 일본 프로야구의 영웅 장훈(86·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씨가 고(故) 백인천 전 감독을 추모하며 함께했던 시간을 회고했습니다.
장 씨는 16일 일본 매체 스포니치에 기고한 글에서 "백 전 감독은 나보다 세 살 어린 소중한 후배이자 같은 시대를 함께 달려온 동료"라며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백인천 전 감독은 매우 기가 셌던 남자였다"며 "한국에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 홀로 일본으로 건너왔는데, 지지 않겠다는 강한 마음을 품고 있었을 것"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도에이 플라이어스(현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뛰던 1962년 한국 야구 관계자로부터 '좋은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 전 감독을 훈련에 참여시켰다"며 "포수로서 체격이 좋고 주력도 좋아서 당시 미즈하라 시게루 감독에게 추천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장 씨는 백 전 감독이 일본프로야구에서 겪은 어려움도 전했습니다.
장 씨는 "백 전 감독은 무엇보다 언어 장벽 때문에 고생했는데, 첫해에는 내 뒤를 따라다니며 일본어를 공부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워낙 기가 센 성격이라서 자신이 낸 사인대로 투수가 공을 던지도록 강요했고, 투수들과 의견이 맞지 않자 외야수로 전향했다"며 "오히려 이 과정이 일본에서 성공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인천 전 감독은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생활했습니다.
장훈 씨는 "당시 백인천 전 감독은 도에이 4번 타자였던 오스기 가쓰오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경기 전 '싸우게 해달라'고 요청해 '10분만 하라'고 허락했다"며 "둘은 모두가 지켜보는 클럽하우스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였다"고 떠올렸습니다.
이어 "10분이 지나고 오스기가 '선배님 조금 더 싸우겠습니다. 제가 때린 횟수가 한 번 적습니다'라고 했다"며 "이날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습니다.
장훈 씨는 1959년부터 1975년까지, 백 전 감독은 1962년부터 1974년까지 같은 팀에서 뛰며 전성기를 함께 보냈습니다.
이후 롯데 오리온스(현 지바 롯데 머린스)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장 씨는 "내가 1980년 롯데에서 개인 통산 3천 안타를 달성했을 때 백인천 전 감독과 함께 뛰었다"며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했을 때 백 전 감독을 MBC 청룡에 선수 겸 감독으로 추천했는데 한국 프로야구의 개척자라고 할 만한 존재였다"고 밝혔습니다.
백인천 전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통산 20시즌 1천9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 209홈런, 776타점을 기록했고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에는 MBC의 감독 겸 선수로 뛰며 타율 0.412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국 야구에 큰 획을 그은 백 전 감독은 15일 오전 뇌출혈로 치료받던 중 별세했습니다.
(사진=KBO 사무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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