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사출기'를 최신 기술인 전자기식이 아니라 옛 기술인 증기식으로 바꾸도록 해군에 지시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설계 변경에 수십억 달러 단위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WSJ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국가안보 각서에 포함돼 전달된 지시에 따르면 해군은 최신식 제럴드 R.포드급 항공모함의 제4호함인 '도리스 밀러'호부터 전자기식 사출기가 아니라 증기식 사출기를 써야 합니다.
밀러호는 부분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내로 공식 건조가 시작돼 2034년께 배치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현장 시찰에서 한 병사로부터 '최신형 전자기식 사출기가 옛 증기식 사출기와 달리 힘이 부족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불만을 듣고 해군에 증기식 사출기 재도입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증기식 사출기는 포드급 전 세대 항공모함인 니미츠급 항공모함 중 마지막으로 건조돼 2009년에 배치된 '조지 H.W.부시'호까지만 쓰였습니다.
해군과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전자기식 사출기 설치를 전제로 설계된 포드급 항공모함에 증기식 사출기를 설치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을 들어 최근까지 트럼프의 지시에 난색을 표해 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회의에서 전자기식 사출기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등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해군 작전 전문가이자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소속인 브라이언 클라크는 항공모함 전체를 재설계하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 필요하며 수십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기가 더 신뢰성이 높다"며 증기 대신에 전기를 쓰면 증기와 관련된 기계적 부품을 없앨 수 있으며 유지 비용도 더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포드함 운용에 필요한 인력은 니미츠급 항모보다 500명 적고, 연간 운용 비용도 약 1억 달러(1천420억 원) 낮습니다.
포드급 항모의 '전자기식 항공기 사출시스템'(EMALS)과 '고성능 착함구속장치'(AAG)를 제작하는 회사 '제너럴 아토믹스'는 증기식 사출 시스템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조심스러운 재검토가 필요한 일"이라는 입장을 WSJ에 밝혔습니다.
이 업체는 2023년에 밀러호의 사출기와 착함구속장치 계약을 따냈습니다.
'착함구속장치'는 항모에 착륙하는 함재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강제로 감속시키는 제동 장치입니다.
제너럴 아토믹스는 작업이 50% 가까이 진척된 상태라며 "지금 와서 계획을 변경하면 상당한 비용, 일정, 통합 위험이 생길 것"이라고 입장문에서 밝혔습니다.
포드급 항모를 건조하는 조선업체 HII는 "해군과 긴밀히 협력해 건조 중인 함선에 대한 잠재적 변경 사항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WSJ에 보낸 입장문에서 수력 유압 방식의 구형 사출기 시스템이 전투로 검증됐고 더 튼튼하다며 "해양산업 가운데 규모 확장이 더욱 용이한 부분들을 재활성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포드급 항공모함은 제1∼10호함까지 도합 10척이 건조될 예정이며, 제1∼3호함에는 이미 설치되거나 설계된 전자기식 사출기가 그대로 쓰입니다.
포드급 제1호함인 포드호는 공식 건조 개시가 2009년이었으며 배치는 2017년에 이뤄졌습니다.
건조 비용은 130억 달러(18조 4천억 원) 이상이었습니다.
제2호함 '존 F.케네디'호는 공식 건조 개시가 2015년이었고 2027년쯤 배치될 예정이며, 제3호함 '엔터프라이즈'는 공식 건조 개시가 2022년이었고 2031년쯤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포드호는 개발과 건조 과정에서 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했으며 특히 신형 사출기와 신형 착함구속장치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2월 미국 해군은 현재 포드호의 EMALS와 AAG가 설계된 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구형 시스템들보다 우월한 성능이 입증됐다고 홍보했습니다.
중국은 최신 항모에서 전자기식 사출기를 쓰고 있으며 프랑스는 새 항공모함에 포드호의 전자기식 사출기 시스템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이번 지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군사 프로그램의 설계와 개발에 직접 개입한 최근 사례입니다.
앞서 그는 대통령 전용기와 F-35 전투기 프로그램 협상에 관여했고,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설계 변경과 '트럼프급' 전함 건조를 지시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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