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뭄
"그나마 이 정도라도 급수해줘서 다행인데 비 안 오면 이제 버틸 날도 얼마 안 남았어요."
국가소방동원령으로 급수 지원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13일 경남 밀양시 하남읍 대사리 덕동마을 이장 김 모(74) 씨는 가뭄에 말라버린 농지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날 가뭄 현장에서는 소방 물탱크차 호스가 거센 물줄기를 뿜어내며 말라 들어가는 농지마다 물을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전날부터 시작된 소방대원들 급수 지원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가뭄에 현실적인 걱정이 드는 중이라고 김 씨는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그는 "더운 날씨에도 멀리서 소방대원들이 와줘서 정말 감사하지만, 이 정도로는 해갈이 안 된다"며 "수원과 울산에 있는 손자가 오는 것만큼이나 비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걱정처럼 최근 경남지역 가뭄은 18개 전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지역에 들어갔을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장 높은 가뭄 단계인 '심각' 수준에 포함된 곳도 기존 밀양·거제·함안에 이어 13일 의령·창녕이 추가돼 총 5곳으로 늘었습니다.
농업용수 가뭄 단계는 관심(30년 평년 대비 저수율 70% 이하·약한 가뭄)·주의(60% 이하·보통 가뭄)·경계(50% 이하·심한 가뭄)·심각(40% 이하·극심한 가뭄) 등 4단계로 나뉩니다.
이날 경남 18개 시군 평균 저수율은 32.8%로 평년(70.8%)과 비교해 46.3%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실제 이날 급수가 진행된 농지 대부분은 땅이 쩍쩍 갈라지고 벼가 누렇게 변색된 상태로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근본적 해결책인 비가 내리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창녕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남 모(66) 씨는 극심한 가뭄으로 과수원 6천 평 중 약 1천200평은 사실상 농사를 포기한 상태입니다.
관정이 있어 관수할 수 있는 곳은 그나마 낫지만, 남 씨처럼 그렇지 못한 곳은 나무가 고사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남 씨는 이날도 지하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 관정 작업을 하다 지하수가 고갈돼 기계 모터가 헛돌면서 기계까지 고장 나 버렸습니다.
남 씨는 "사람처럼 나무도 골든타임이 지나면 아무리 물을 부어도 잎이 말라버려 영양분이 전달되지 못하니 소용이 없다"며 "나무가 죽으면 농사 자체가 끝인데 우리 같은 과수원은 길어봤자 다음 주까지가 골든타임일 것"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거제에서 벼농사를 짓는 강 모(68) 씨 역시 "지금이 이삭이 나오기 시작할 때라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가뭄이 심해 잎이 말라 타들어 가는 중이다"며 "이달 말까지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으면 절반 이상은 수확 자체를 못 해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고 호소했습니다.
경남도는 이번 가뭄으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 사태를 해소하려면 이른 시일 내에 200㎜ 정도 비가 내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장 오늘(14일) 비 예보가 있기는 하지만 소나기 정도라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는 16일에는 경남과 부산, 울산지역에 오전부터 종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이번 가뭄을 해소할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14일에는 경남을 비롯한 부산과 울산에 5∼40㎜ 정도의 비가 예보돼 있다"며 "16일에는 이른 시간부터 비가 예보돼 있으며 강수량도 14일보다는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소방청은 경남소방본부 요청으로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지난 12일 전국 소방 물탱크차 200대를 경남에 투입해 급수 지원에 나서 하루 동안 4천769.3t(653회)의 물을 공급했습니다.
급수 지원 이틀째인 13일에도 경남지역 곳곳에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의 물을 공급하고 있으나 가뭄 해갈에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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