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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살며 이런 가뭄 처음"…댐·저수지 말라붙은 청도·경주

"36년 살며 이런 가뭄 처음"…댐·저수지 말라붙은 청도·경주
▲ 청도 운문면, 고인 계곡물에 양수기 설치한 농민

"이 동네에서 36년 살면서 이렇게 가물었던 적이 없습니다."

장기간 가뭄으로 청도와 경주 등 경북 남부지역의 댐과 저수지, 계곡이 빠르게 말라가면서 농업·생활용수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얼마 남지 않은 물을 퍼 올려 논밭에 대느라 밤잠을 설치고, 피서객의 발길까지 끊기면서 관광지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급수차와 양수기를 동원하고 대체 수원을 확보하는 등 부족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제 물이 빠진 청도 운문댐은 수면선이 훤히 드러났고, 인근 산골 계곡에서는 농민들이 물을 퍼 올리기 위해 양수기를 돌리느라 바빴습니다.

12일 오전 11시쯤, 경북 청도군 운문댐 주변.

청도군 지역에는 곳곳에 상수원 부족으로 인해 물 사용을 20% 절약해야 단수 사태를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었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을 운문댐 인근 마을은 조용한 모습이었습니다.

가뭄이 심하다는 신원리 마을로 향하는 길에서 보이는 운문댐은 수면선이 훤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운문댐의 수위는 24.7%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뭄 '심각' 단계입니다.

고목의 나이테처럼 촘촘한 수면선은 이내 수풀이 무성한 평지로 바뀌었습니다.

수몰 마을이 드러난 운문댐 상류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현재 운문면에서 가장 가뭄이 극심한 신원리는 맑은 물과 넓은 하천으로 피서철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입니다.

하지만 신원리의 하천은 메마른 돌덩이가 드러난 채 말라 있었습니다.

피서객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메마른 하천 사이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물길이 나 있었지만, 그마저도 농수로 앞에서 끊겨 있는 모습입니다.

신원리 주민 이 모(58)씨는 "물이 원체 없어서 밭작물에 물을 주려고 물길을 팠는데, 그마저도 끊겨 버렸다"며 "농민들은 그나마 시원한 밤에 얼마 없는 물을 퍼서 밭에 주려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가 안 와서 계곡에 물이 마르니까, 장사하는 사람들도 작년에 비해서 관광객이 반도 안 오면서 다 굶어 죽게 생겼다"고 호소했습니다.

조금 더 마을을 더 거슬러 올라 높은 지대로 가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그나마 조금씩은 고여 있던 계곡물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신원리에서 밭작물을 키우는 이 모(57)씨는 "이 동네에서 36년 살면서 이렇게 가물었던 적이 없고, 물이 없어서 양수기도 못 돌리고 있다"며 "예전에 가뭄이 왔을 때는 한 번씩 소나기라도 내렸는데, 이번엔 아예 비가 오질 않아서 큰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청도에는 지난달 76.5mm가 내렸으며, 이달 들어 강수량은 기록된 것이 없습니다.

농민들은 말라가는 논에 조금이라도 물을 대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운문사 인근의 논을 따라 나 있는 농수로에는 물 대신 양수기 호스가 깔려 있었습니다.

호스가 연결된 양수기는 중장비로 마른 계곡의 땅을 판 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그나마도 물이 얕게 고인 수준이라 논밭은 물 없이 메말라 있었습니다.

신원리에서 논농사를 짓는 윤 모(62)씨는 계곡에 고인 물에 양수기를 설치했습니다.

윤 씨는 "여기 고인 물에 양수기를 설치하면 한 시간도 안가 다 말라 버린다"며 "그래도 물을 안 줄 수는 없으니…. "라고 말끝을 흐리며 양수기 시동을 켰습니다.

농작물이 가장 문제지만 식수 또한 위협받고 있습니다.

운문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 모(63)씨는 "우리가 물을 쓰는 원수 자체에 물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에 수도관 정비를 해서 물을 그나마 끌어다 쓰고 있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가들 모두 노심초사하며 물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도군 관계자는 "가뭄이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살수차로 가뭄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며 "임시방편으로 소방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가 전날부터 소방 당국에 정식 공문을 보내 살수 협조 요청을 하고, 가뭄이 심한 각 마을에 살수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활용수는 현재 큰 문제는 없으나,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청도 특성상 주말 등에 용수 사용량이 급증하는 경우가 있어 급수에 차질이 없도록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주 또한 가뭄에 신음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구름이 잔뜩 낀 이날 오전 경북 경주시 안강읍 두류리의 하곡저수지는 대부분 바닥이 보일 만큼 메마른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지난 9일 경주지역에 18.8㎜의 비가 내린 뒤 계속 구름 많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저수량이 덜 줄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하곡저수지 저수율은 8.4%로 지난해 같은 시기 69.0%나 평년 63.5%와 비교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런 낮은 저수율을 반영하듯 저수지 아래 두류리 논은 물이 부족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최근 내린 비와 적은 일사량 덕에 바싹 마른 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논은 물기만 머금은 채 물이 차지 않아 벼 생육에 지장이 있어 보였습니다.

인근 경주시 강동면 국당리와 왕신리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논이 많았습니다.

이 일대 논과 밭은 왕신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을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왕신저수지는 2022년 태풍 힌남노로 둑이 무너진 뒤 복구공사가 진행되면서 물을 전혀 가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주시와 농어촌공사 경주지사는 왕신천이나 형산강에 양수기를 설치해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일대를 둘러본 결과, 물이 찬 논도 있었지만 물기만 남아 있거나 물기조차 없이 마른 논도 많이 보였습니다.

부추 농사를 짓는 한 농업인은 "그나마 며칠 전에 비가 와서 밭 해갈에는 조금 도움이 됐다"며 "비가 소나기처럼 몰아서 내리지 말고 상당한 시간을 두고 축축하게 내려야 땅속에 깊이 들어가서 도움이 되는데 잠깐 내려서는 가뭄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70대 농업인은 "강물을 퍼 올려서 논에 물을 대고 있는데 강물이 별로 없다"며 "며칠 전 내린 비로는 논 농사짓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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