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대원이 12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에서 급수 작업을 하고 있다.
"다 준비됐으면 취수 시작하겠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가뭄에 저수지 물까지 말라버린 경남 밀양에 오늘(12일) 오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소방본부 소속 물탱크차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물탱크차들은 밀양시 삼문동 밀양 보트장에서 현장 지휘본부 관계자가 취수 시작을 알리자 물을 뽑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오후 8시부로 경남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되면서 오늘 밀양에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40대의 물탱크차가 투입됐습니다.
소방대원들은 바닥에 놓인 소방용 분배기 장치에 물탱크차 호스들을 연결한 뒤 밀양강에서 끌어올린 물을 물탱크에 공급했습니다.
오늘 이른 시간부터 전국에서 출발한 소방대원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경기소방본부 평택소방서 소속 김 모 소방위는 "오늘 오전 5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밀양에 가뭄이 정말 심한 것 같다"며 "지금 농민들에게는 적은 양의 물이라도 귀한 상황이니 어서 도움을 드리러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6천∼1만 2천ℓ까지 물을 가득 채운 물탱크차들은 취수를 완료한 뒤 급수가 필요한 곳으로 각각 이동했습니다.
오늘 밀양에 배치된 물탱크차들은 삼랑진읍과 하남읍, 청도면, 부북면, 가곡동 등 급수가 필요한 지역 30곳에 물을 공급했습니다.
가뭄에 애를 태우던 농민들은 물탱크차가 굉음을 내며 하나둘씩 도착하자 반가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은 차에서 내린 뒤 가뭄에 땅이 쩍쩍 갈라진 논을 찾아 물탱크 호스를 길게 늘어뜨렸습니다.
급수를 시작하자 땅에 널브러진 호스에 물이 차면서 이내 팽팽해지더니 거센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햇볕이 쏟아진 한낮에 내리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었습니다.
소방대원들은 물 한 방울이라도 더 뿌리려고 호스를 붙잡고 곳곳에 급수하기 바빴습니다.
오늘 급수가 진행된 부북면 가산리 한 논은 땅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잎이 말라 노랗게 변색한 벼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년째 농사를 짓는 노 모(47) 씨는 "요즘은 물이 너무 귀해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해도 양이 정해져 있으니 서로 물 받는다고 난리가 벌어진다"며 "한창 쌀이 올라오는 시기라 물이 충분해야 볍씨가 여무는데 그게 안 되던 상황에서 오늘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려주니 그나마 정말 고맙고 생명수처럼 느껴진다"고 반색했습니다.
청도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 모(64) 씨는 "올봄에 왕다래 나무를 1천 평 정도에 심었는데 물이 없으니 대부분 말라 죽어 허망하다"며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제초제를 안 쓰고 예초하면서 정성을 쏟았는데 하루빨리 비가 내려 모든 농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경남은 밀양을 비롯해 도내 전역에서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농업가뭄관리시스템(ADMS)에 따르면 오늘 기준 도내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33.3%로, 평년 71.3%의 46.7% 수준에 그칩니다.
도내 18개 시·군 중 함양을 제외한 전 지역에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내려져 있으며, 밀양·거제·함안은 가장 높은 '심각' 단계입니다.
농업용수 가뭄 단계는 평년 대비 저수율에 따라 '관심'(70% 이하), '주의'(60% 이하), '경계'(50% 이하), '심각'(40% 이하) 등 4단계로 나뉩니다.
밀양지역 저수율은 25.66%로 평년 74.65%의 34.37% 수준입니다.
특히 밀양 백안저수지는 저수율이 1.3%, 웅동저수지는 3.5%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소방청은 경남소방본부 요청에 따라 전날 오후 8시를 기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습니다.
가뭄으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것은 지난해 8월 강원도 강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국가소방동원령은 재난 발생 우려가 크거나 재난이 발생해 해당 시도 소방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전국 소방력을 동원하는 조치입니다.
오늘 밀양을 찾은 강원소방본부 횡성소방서 소속 조 모 소방위는 "지난해에는 강원도에 가뭄이 심해 전국 소방서에서 도움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경남에 도움을 주러 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강원도민들이 지혜롭게 위기를 잘 이겨낸 것처럼 경남도민들도 하루빨리 비가 내려서 가뭄 문제가 잘 해결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밀양시 역시 이번 국가소방동원령을 반기면서 농업용수 부족 문제 등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재 시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협력해 저수율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간이 양수 시설을 설치하거나 살수차를 운용하며 비상 용수 공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수기가 고장 나 작동이 안 되는 곳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시 관계자는 "전국 소방서에서 경남을 돕겠다고 와주신 만큼 용수가 부족한 부분들을 면밀히 살펴 시민들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시민들이 관정 개발을 다수 요청하는 만큼 속히 대책을 세워 실행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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