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의아한 점이 적지 않다. 세제개편안은 3일에 대대적으로 발표됐고, 이미 당정협의를 마친 상태였다. 무엇보다 '과세정상화'와 '공정과세'를 모토로 이번 법 개정안을 주도한 힘은 청와대와 여권에서 나온 것임을 국민들은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정협의 이전에 청와대와의 조율, 대통령 보고도 있었을 터인데, 행정부 공식발표 후에 나온 반발에 대해 다시 부처를 질타하는 모습이 의아한 것이다. 여당에서도 "재경부는 정신 차려라"라는 발언이 나왔다. 국민들 시선에선 청와대, 여당도 몰랐던 내용을 재경부가 발표했다는 것인지, 당정 협의를 제대로 진행한 것인지 의문이 커진다. 세제개편안 전체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를 불러오는 형국이다.
심상치 않은 임대 시장..전세 대란은 막아야
정부는 임대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 전월세 세입자들의 '월세세액공제를 확대'했다는 점. 또 곧 주택공급확대 대책을 발표한다고 설명하는 중이다. 우선 원천적 대책인 주택공급 대책을 세제개편안보다 먼저 발표하는 것이 시장의 심리 안정에는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주택 공급에는 시간이 걸린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은 필수적이다. ①정부 개편안에선 2,3년 단계적으로 설정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기간을 수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실거주 복귀나 매도 시점에 대한 다급함을 줄여서 임대 기간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②이미 임대차 계약이 진행 중인 경우, 계약 만료까지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인상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장기임대를 약속하는 다주택자에 대해선 보유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를 일부 부활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세입자 피해를 막기 위해 우선 고려할 대책들이다.
비거주 1주택자라는 '뇌관'..준비는 됐었나?
비거주 1주택 사례의 요구는 보다 현실적 삶에 기반을 둔 것들인데, 대표적인 것이 육아나 가족 돌봄에 따른 비거주도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민원이 많다.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기 위해 맞벌이 자녀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하고 자기 집은 세를 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다. 또 해외 파견이나 육아 기간 등이 3년을 넘는 경우가 많으므로 3년을 초과한 기간도 거주기간으로 쳐달라는 요구도 잇따랐다. 또 '다른 시-군으로 이전한 경우'라는 조건도 현실적으로 문턱이 높다는 반응이다.
또 하나는 고령층 고가주택 보유자의 경우이다. 단순화해서 보면, 정부 추진안은 종부세에 대해 시가 20억 원 이하는 비과세, 20~30억 원은 현재보다 세 부담 감소, 30~40억 원은 과세 정상화, 40억 원 이상은 크게 늘어나는 구조이다. 은퇴 연령을 넘은 고령층은 장기 거주에 따라 집값이 크게 상승한 사례가 많은데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도 많다는 민원이다. 정부는 65세 이상으로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경우, 양도세를 최대 50% 감면하고, 주택처분이나 상속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요건을 완화하는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복지·의료여건상 지방 이주를 원하거나 가능한 사례가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 납부 유예 소득요건을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육아·양육에 따른 비거주도 예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서울 등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 투자'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가장 많은 민원요소이기 때문에 법 제정과정에서 조율 가능성은 남아있다. 결과적으로 예상되는 파장에 비해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온다.
이 와중에 국장 유도?..2030의 이탈 위기
여기에 새로 출시한다는 '생산적 금융 ISA'는 이자와 배당 수익의 전액 비과세라는 혜택을 적용했지만, 국내 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만 투자대상이라는 점이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많아졌고, 이를 피해 서학개미 투자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에 정부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국장 투자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의 반발이 큰 분위기란 점에서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으로 보면 기존 ISA 계좌의 혜택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세제개편안의 전반적인 신뢰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책의 길과 정치의 길..'현실성 검증' 존중해야
이번 개편안의 큰 그림은 부동산 관련 과세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전환한다는 것, 비거주인 주택보유와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해 공정과세를 이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오랜 원칙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이런 큰 변화를 단기간에 정책 관료들이 감당하기엔 무리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용이 복잡해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는데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선 '유예'나 '예외'를 덧붙여 보강하는 식의 땜질식 처방을 피할 수 없었을 거란 추측이다. 한마디로 정치의 과속을 정책이 따라잡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관료들의 현실성 검증과 의견은 비중 있게 받아들여졌는가? 담당 부처를 질책하기 전에 짚어 봐야할 부분이다. 정치의 역할은 시대정신을 읽고 방향성을 설정한 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것을 넘어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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