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대변인은 어제(1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불렀습니다. 돌아가는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방사청 A 씨는 일명 KK로 불리는 방사청 내 사조직의 일원으로 지목됩니다. KK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기를 잘 하기로 유명합니다. LIG D&A의 B 씨는 회사의 넘버투, 부사장급입니다. 개인 일탈로 보기에는 연루자들의 사이즈가 너무 크고, 또 혐의가 뇌물입니다.
수사, 재판의 향배와 별개로 방산업계의 관심은 LIG D&A에 대한 행정 처벌 수위입니다. 방사청은 행정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계약심의위원회를 LIG D&A의 B씨가 기소된 뒤에 개최할 방침입니다. 엄정하게 잣대를 들이대면 부정당 제재 후 추가 벌점 부과이고, 유연하게 해석하면 과징금 부과입니다. 방사청이 A 씨와 B 씨의 사건을 방산 비리로 보느냐, 개인 일탈로 보느냐에 따라 계약심의위의 판단이 갈릴 전망입니다.
KK와 부사장…등장인물들의 남다른 사이즈
업체로부터 뇌물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방사청 A 씨는 KK에 속합니다. 방사청 관계자들은 "A 씨는 방사청에서도 한직을 맡고 있어서 돈 받고 업체에 특혜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A 씨가 KK라면 눈을 닦고 다시 쳐다봐야 합니다. KK의 다른 멤버들이 음으로 양으로 A 씨를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원지검은 A 씨 외에도 방사청 직원 몇 명을 더 겨냥하고 있다는데 KK 관련자들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A 씨 뇌물 혐의 사건의 상대편으로 구속된 LIG D&A B 씨의 공식 직책은 부문장입니다. LIG D&A에 네댓 명 있는 직책으로 대표이사 바로 밑 부사장급입니다. 방산 대기업의 부사장이 방사청 직원 뇌물 혐의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사례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LIG D&A 본부장 직책의 C 씨도 검찰의 수사 대상입니다. 상무급입니다. 방산 대기업의 거물 두명이 방사청 직원 뇌물 혐의에 엮였다는 점을 방산업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부정당 제재 vs 과징금…사건의 무게와 그들의 희망사항
방사청과 LIG D&A 쪽에서는 돈으로 막을 수 있는 과징금 부과에 희망을 거는 눈치입니다. 양측의 공통 이익은 사건의 파장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정당 제재, 벌점 부과시 국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때, 또는 국가 사업에서 경쟁입찰이 어려워질 때 등의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관련 법 조항을 믿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청이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부르는 것도 과징금 부과를 위한 빌드업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건이 소소하다고 널리 인식돼야만 처벌도 은근히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사건 연루자들의 면면이 대단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뇌물 액수는 4.6억 원+α입니다.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 사업을 놓고 벌어진 비리입니다. 온정으로 보듬을 수 있는 사건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방산업계에서 우세합니다.
방사청이 상기해야 할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기밀 탈취 사건입니다. KDDX 사업의 진행이 지지부진했고, 논쟁과 논란이 심했던 것을 두고 언론들은 업체간 과열 경쟁 탓이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한 조선업체의 역대급 기밀 탈취 범죄와 방사청의 강자 봐주기 때문에 생긴 사태였습니다. 방사청이 정신 바짝 안 차리면 KDDX 사업의 재탕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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